꼭 이루어지는 해피 엔딩이 아닌 경우도 있다 Once

Falling Slowly / Rewrite the stars

by 여울

십 대에, 이십 대에 이해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이 있다. 모두가 찬사를 보내는데 나의 좁은 시야 탓이었을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그랬다. 무엇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더라. 이십 년이 한참 지난 마흔의 시선으로 보니 복잡한 마음들의 방향들이 그제사 보인다. 이번에 본 뮤지컬 원스도 아마 젊은 시절에 보았으면 도대체 뭐가 좋은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아리송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복잡하다.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수많은 관계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어떤 관계들은 서로에게 너무나 상처뿐이라서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견디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아무리 좋은 기억과 추억이 있더라도 때로는 덮어두고 거리를 두는 것이 그나마 덜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러기 어려운 관계들이 있는 것도 사실. 매일매일 마주해야 하는 직장에서의 관계와 어떻게든 떼어낼 수 없는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가 그것이다. 직장에서의 관계는 그나마 나을 것이다. 이직이든, 퇴직이든 방법도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면. 혹은 연인이라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연결되었던 이들이 주는 상처의 고통은 말해 무엇하랴. 생각할수록 아프고 쓰리기만 한 것을.


그런 상황 속에서 원스 Once는 시작한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심적으로도 어려운 사람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인연은 더 소중하고 더 절박하고 그러하기에 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그와 그녀. Guy와 Girl. 그에게는 런던으로 떠난 연인을 향한 그리움이 있고 그녀에게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 서로의 음악과 예술에 끌리지만 자꾸 선을 긋게 된다. 그 미묘한 상황에서 부르게 되는 노래. Falling Slowly. 이 가사의 이중성이란. fall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내려간다라는 뜻도 있지만 빠져든다라는 뜻도 있다.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All the more for that

Words fall through me

and always fool me

And I can't react

And games that never amount

To more than they're meant

Will play themselves out


나는 당신을 모르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원하고 그 갈망은 점점 더해진다. 서로에게 끌리는 것이 분명한 그 상황. 심지어 애매하지만 결정을 내리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다르다.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곁에 있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We've still got time

Raise your hopeful voice you have a choice

You've made it now


Falling slowly, eyes that know me

And I can't go back

Moods that take me and erase me

And I'm painted black

You have suffered enough

And warred with yourself

It's time that you won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We've still got time

Raise your hopeful voice you have a choice

You've made it now

Falling slowly sing your melody

I'll sing along


I paid the cost too late

Now it's gone


이 가라앉는 배를 붙잡고 집으로 향하게 해 달라는 말. 우리에겐 여전히 시간이 있다는 말. 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많고 많은 수많은 이유 중에서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의 선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일단은 노력을 해 보고 싶은 것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 영화 위대한 쇼맨에 나왔던 Rewrite the Stars가 또 떠올랐다. 남자는 확신에 차서 이야기한다. 나는 너를 원하고 내 마음 안에 있고 너는 나의 운명이라는 것을 누가 멈추게 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You know I want you
It's not a secret I try to hide
I know you want me
So don't keep saying our hands are tied
You claim it's not in the cards
But fate is pulling you miles away
And out of reach from me
But you're here in my heart
So who can stop me if I decide
That you're my destiny?

그러니 운명을 다시 써 보자고. 서양에서는 운명이 별에 새겨져 있다고 했다. It's written in the stars라는 표현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는 뜻이니 우리의 표현과 비슷한 면면이 있다. 이 별에 새겨진 운명을 다시 써 보자는 것이다. 너와 나에게 달려 있다고. 이 노래 가사에는 너와 내가 운명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in the cards, meant to be, destiny와 같은 표현들은 모두 다 강한 결속력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in the cards 같은 경우는 서양에서 운세를 점칠 때 카드를 사용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카드를 배열하고 그 가운데서 뽑으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암시했다. 특히 특정한 것이나 사건이 카드에 있다고 하면 운명적으로 정해지거나 예상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What if we rewrite the stars?
Say you were made to be mine
Nothing could keep us apart
You'd be the one I was meant to find
It's up to you, and it's up to me
No one can say what we get to be
So why don't we rewrite the stars?
Maybe the world could be ours
Tonight

그러나 여자는 대답한다. 이 벽 안에서는 너와 내가 함께 있을 수 있지만 밖으로 나가보라고. 얼마나 절망적인지 깨어나 보게 될 것이라고. 당시에는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과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그 사회의 통념에 위배되는 것이고 그 장벽은 산맥(mountains)에 비견될 만큼 높고 험준한 것이었다.


You think it's easy
You think I don't wanna run to you
But there are mountains
And there are doors that we can't walk through
I know you're wondering why
Because we're able to be
Just you and me
Within these walls
But when we go outside
You're gonna wake up and see that it was hopeless after all

No one can rewrite the stars
How can you say you'll be mine?
Everything keeps us apart
And I'm not the one you were meant to find
It's not up to you
It's not up to me
When everyone tells us what we can be
How can we rewrite the stars?
Say that the world can be ours
Tonight

All I want is to fly with you
All I want is to fall with you
So just give me all of you

It feels impossible
It's not impossible
Is it impossible?
Say that it's possible

How do we rewrite the stars?
Say you were made to be mine?
Nothing can keep us apart
Cause you are the one I was meant to find
It's up to you
And it's up to me
No one can say what we get to be
And why don't we rewrite the stars?
Change the world to be ours

You know I want you
It's not a secret I try to hide
But I can't have you
We're bound to break and
My hands are tied.


이토록 강하게 운명이라고 예상되는 것들이라도 실제로는 빗겨간다. 세상이 우리 것이 되도록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때로는, 아니 수많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후로 그들은 행복하게 그렇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는 더 이상 디즈니에서조차 마무리 문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설혹 사용하더라도 그 이후에 일어나는 반전의 사건들과 다른 연속들은 영원히 지속되는 행복이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보여준다. 그러니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다소 아프고 다소 씁쓸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은근하게 울림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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