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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pr 27. 2023

음색을 바꾸다

조율한 피아노를 이리저리 쳐 보는데 고음부가 쨍하고 울리는 느낌이 거슬리고 아무래도 공간 자체가 울림이 있다 보니까 좀 더 부드러운 음색이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소음키퍼를 설치하기로 했다. 5시 반 정도 빈 학교에서 치면 소리가 이리저리 울려 퍼져 나가겠지... 아무리 퇴근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남아서 일하고 계신 선생님들이 계실 텐데 "저 피아노 쳐요"하고 광고하는 것은 사양이다.


보통 소음키퍼는 8만 원~10만 원 선이라고 하던데 조율사님이 설치까지 10만 원에 해 주신다고 해서 정말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오늘 오시기로 하셨다.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어서 곡들을 좀 쳐보니까 여기저기 톡톡 거슬리게 튀어나오는 음들이 있다. 이런 것은 조율사의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피아노의 상태에 기인한다. 나무 악기이다 보니까 습도와 온도 보관상태나 연식에 따라서 조금 더 빨리 풀리는 음이 있고 음색이 튕겨나가기도 한다. 또 연주자가 묵직한 소리를 선호하는지, 쨍한 소리를 선호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건반도 좀 더 무겁게 할 수도 있고 가볍게 할 수도 있는데 아무튼 피아노는 예민한 악기라서 조율 당시에는 괜찮은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진다. 그래서 AS를 해 주시기도 하는데 일주일 정도 지난 오늘 시점이 딱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시기 전에 점검 차 친 곡들을 밖에서 들으셨는지 소리를 좀 더 어둡고 부드럽게 줄여주시겠다고 하셔서 두 손을 번쩍 들어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부드러운 소리. 그리고 건반은 예전에는 무거운 것을 선호했다. 무겁게 연습해야 나중에 연주 때 잘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무거운 건반으로 연습하면 30분도 못 되어서 지치기 시작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건반도 가벼운 것으로 바꾸었다. 그랬더니 손목과 손가락 부담도 훨씬 덜하고 피아노 연습도 더 즐거워졌다. 


약간의 간단한 조율과 방향성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같은 일도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고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역시 나는 정리와 청소를 해야겠다. 청소도 귀찮고 정리는 더더 귀찮지만 비워내고 덜어내고 정리를 하고 나서는 넓어진 책상의 공간만큼 마음의 여유가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물건은 계속 사게 되어 있고 소유도 같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데 여기에 역행하려니 그래서 미니멀리즘과 다이어트가 그렇게 힘든 것이다. 늘이는 것은 이토록 쉽고 간단한데 줄이려면 다짐과 용기와 실행이 필요하니까.


너무 많은 리코더 악보들도 오늘은 좀 정리를 해야겠다. 20년 넘게 끌어안고서 언젠가 제대로 정리하겠어라고 다짐했던 그 악보들.... 이젠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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