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찍기 위해서는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처음에는 인터뷰 형식이라고 해서 그냥 좀 예쁜 평상복 입고 약간의 메이크업만 하면 되겠거니 생각을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헤어랑 메이크업을 하는 전문 샵을 알아봐 주시겠다고 하시고 의상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셨다. 같이 찍는 다른 언니랑 셋이서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일평생 크롭티란 것을 입어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필라테스 광고이기 때문에 허리선을 보여줄 수 있는 크롭티를 입는 것이 좋다고 했다. 네????? 아니 내 배의 주름은.....ㅠㅠㅠㅠ
허리선은 이미 어느 정도 잡혀있었지만 4명의 출산으로 인해서 약간의 배처짐은 아직도 남아있다. 물론 1년 전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이 줄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이웨스트 청바지를 입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진짜 몇 년 만에 청바지도 샀다. 그동안 입던 청바지는 너무 헐렁하거나 골반에 걸치는 예전 스타일이어서 그냥 상의를 덮어 입으면 티가 안 났지만 크롭티랑 입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부츠컷 레깅스도 샀다. 또 잘 어울리는 크롭티도 두어 벌 사서 피팅해 보고 제일 깔끔한 것으로 결정했다.
허리 선을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선생님의 특단 조치도 나왔다. 사이드시퀀스라고 불리는 사이드플랭크, 사이드 운동을 많이 추가했다. 딱 하루 저녁과 아침에 했을 뿐인데 바로 옆 선이 잡히는 것이 매우 신기하긴 했다. 그렇게 2주 정도 바짝 옆구리 운동에 신경을 쓰고 식단에도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의상을 마지막까지 고민하면서 지냈다. 이 과정이 사실 쉽지 않았다. 급식에 에그타르트가 나온 날은 정말 한 입의 유혹이 절실했는데 눈 딱 감고 먹지 않았을 때는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헤어메이크업을 전문샾에서 받았다. 큰 아이 돌잔치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평소에 하지 않던 화장을 한 내 모습이 어색하기만 한데 이 정도는 해야 괜찮게 나온다고 20년 경력의 원장님이 말씀해 주셨다. 광고를 마친 날 셀피 찍는 스튜디오에서 기념으로 사진도 추가로 찍었다. 내가 언제 이 메이크업을 다시 하랴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그냥 운동을 할 때는 조금 힘들어도 재미있게 했는데 뭔가 목적을 두고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치팅데이를 가졌던 것도 광고 촬영을 앞두고는 일절 금지였기 때문이다. 바프를 앞두고 그렇게 한 번 더 하긴 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 운동은 즐기면서 하는 거니깐.
어쨌거나 그렇게 작정하고 만든 몸은 한동안 잘 유지되었는데 그러고 나서 그만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