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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곡선이 달라지다 건강 상태가 달라지다

by 여울

그렇게 2개월가량.... 효과는 놀라웠다. 이전에는 체중 감소가 우선적이었다면 지금은 몸의 라인이 달라졌다.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지는 않았고 대략 1 킬로그램 정도만 빠졌을 뿐이지만 탄탄한 허리 라인이 잡히기 시작했고 얼굴선도 조금 더 갸름해졌다. 여러 동작을 1시간 동안 한 번씩만 하는 것보다는 같은 동작을 텀을 두고 두 번 반복하는 한 시간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전신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올렸더니 복근이 보인다고 다들 축하해 주셨다. 정체기에 들어갔다고 여겨질 때 일주일 동안 조금 더 혹독하게 식이요법을 했는데 큰 효과는 없었다. 나는 식단 관리를 그렇게 엄격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하면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지기에 한 주 후에는 원래대로 돌아갔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정말 따뜻한 밥이 먹고 싶더라. 교과선생님들과 급식실에 가니까 다들 좋아하시면서 한 마디씩 하셨다. "여울샘 정말로 영양실조 걸릴까 봐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그리고 어느 날 필라테스 선생님이 광고를 제안하셨다. 네...? 저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아닌데요...?

"아니에요. 지금 충분히 괜찮으시고 멋지세요."


그렇게 그 온라인 회사와 줌으로 미팅을 하고 어어 하는 사이에 광고일이 잡혔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동안 느껴왔던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되겠거니 생각을 했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좋았던 사실 중 하나는 그저 살이 빠지고 건강하고 예쁜 몸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아니었다.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해서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는 정말 약을 달고 살았다. 콧물이 너무 심해서 약이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찬바람만 조금 불어도 힘들었다. 그리고 결막염도 수시로 와서 안약도 상비하고 있었고, 생리통에 부끄럽지만 요실금까지 있어서 40대 초반의 나이에 달리기나 줄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수업 중 시범을 보여줘야 하는데 세 번 정도 뛰면 위태로워서 제대로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사라졌다. 이비인후과는 딱 한 번만 갔고 지어온 약을 다 먹을 필요도 없었다. 결막염은 당연히 없어졌고, 생리통은 약 없이는 견딜 수 없었는데 서서히 약을 복용하는 숫자가 줄어들다가 지금은 거의 먹지 않는다. (다만 올봄에는 학교 일로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한 알 먹었다.) 그리고 요실금이 사라졌다!!!! 달리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내가 아이들과 팝스 중 왕복 달리기를 110번을 하고도 거뜬할 수 있었던 것이 다 필라테스 덕분이다. 수면의 질도 높아져서 적게 자도 버틸만했고,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카락이 빠지는 정도도 줄어든 것 같다. (셋째 넷째를 낳고 나서 시작된 산후 탈모가 계속 진행 중이었다.)


광고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나중에 나온 광고에서는 이런 점들은 빠졌지만 필라테스 코치님께 감사한 마음은 여전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나를 조금 더 아껴주기를'이다. 나는 케이크와 크림이 들어간 음식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런 달콤한 음식들은 입에서는 즐겁지만 몸에서는 사실 잘 받지 않는다. 조금씩 적게 즐기는 것은 괜찮지만 사람의 마음이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더더!'를 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몸은 늘어지고 무거워지는 몸만큼 마음도 함께 늘어지게 된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럼에도 바쁘게 지냈지만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려니 버거운 면이 많았다. 맛있는 달콤한 음식을 입에 넣어주는 것도 나를 위한 일이겠지만 소화할 수 있는 만큼 건강한 몸으로 바꿔가는 것도 나를 위한 일이다.


다만 음식으로 인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는 운동을 먼저 시작하고 후에 식단의 중요성을 알아서 조금씩 바꿔간 경우고 그래서 잘 맞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식단과 운동을 병행했다면 아마도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무리하지 말고 서서히. 처음 시작할 때부터 1년 안에 10킬로를 뺄 거야!라고 결심했다면 아마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운동을 꾸준히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8개월 만에 10킬로 가까이 빼게 만들었던 원동력인 것 같다.


잘 빠지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도 않았다. (이미 잘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몇십 년 동안 경험했기 때문이다.) '빠지면 좋은 거고 아니어도 괜찮은 거야. 체중의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어.'라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6일 정도 운동을 했다. 주말에는 쉬라고 했지만 주말에 시간이 있어서 운동을 조금 더 하고 주중에 - 주로 화요일이나 수요일 정도 수업을 하다 지칠 때 - 하루 쉬면서 꾸준히 잡아갔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기.

처음부터 목표지점만 생각하지 말기.

지금 내가 서 있는 과정을 즐기기.

그것이 결국은 목적 지점에 도달하는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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