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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드러운 단호박 Sep 20. 2017

샌프란시스코 홈리스를 위한 플랫폼 HAND UP-2

[비영리스타트업] 샌프란시스코 탐방 1탄


HAND UP 은 비영리가 아니었다

HAND UP은 영리 기업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PBC(Public benefit corporation)라는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의 주식회사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법인의 형태이다.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는 인식하에 탄생한 기업의 형태인데  이런 PBC를 하나의 사회적 운동으로 탄생시킨 조직은 B-Lab이라는 단체이다. B-Lab은 소수의 자본을 가진 사람이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한 기업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테두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지금까지는 없었던 영리법인의 형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결국 오랜 기간 입법운동을 한 결과 미국 31개 주에 PBC설립을 가능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야기가 잠깐 샛길로 샜는데 다시 정신줄을 붙잡고 PBC가 무엇인지 조금 더 탐구해보겠다. PBC가 된 기업은 목적사업을 기재하는 정관에 수익추구 이외에 공공의 이익과 가치를 창출한다는 문구를 넣을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영의사결정을 내릴 때 아무리 돈이 되는 일이라도 기업의 설립 취지나 공공에 가치에 위배된다면 하지 않을 수 있고,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소송을 당할 위험도 없어지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운영목적을 "빈곤의 종식"으로 적었다가는 주주총회에서 돌 맞을 수 있다. 물론 비전이나 미션으로는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워딩이지만 목표매출이나 이익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면  주주가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내 돈 말고 니 돈으로 해


빡빡하게 느껴지지만 그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 주식회사의 속성과 법적으로 보장되는 각자의 권리가 있는 것이니. 그런데  주주에게 소송당하지 않으면서 목적사업으로 당당하게 공공의 선을 추구한다는 문구를 넣을 수 있는 법인의 형태가 바로 PBC이다. 우리가 아는 Kick starter, Method, Patagonia 등이 모두 PBC이다. 


이렇듯 PBC는 경영자와 그 구성원들에게 돈이 아닌 가치에 기반한 경영판단을 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준다는 혜택을 제공한다. 그 대신 PBC가 되면 몇 가지 의무가 주어지는데 그중 한 가지가 회사의 활동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소통이다. PBC는 주기적으로 Benefit Report를 발간해야 하는데 그 보고서에는 한 해 동안 회사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였는지 등의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사실 이런 법적 형태가 아닌 자발적인 인증 프로그램으로도 Benefit corporation이 될 수 있고 실제 해당 인증을 받은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나와있는 자료가 많이 있으니 굳이 다루지는 않겠다.  



PBC로서 HAND UP의 생존전략
HAND UP의 미션 (출처: HANDUP홈페이지)


이렇게 PBC에 대해 써놓고 보니 너무나도 좋은 기업의 형태인 것 같다. 도시의 빈곤문제를 기술과 사람들의 관계망을 통해 해결한다는 미션 또한 HAND UP의 서비스를 통해 너무나도 잘 구현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ammie는 재무적 안정성과 미션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언제나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터뷰 중에 내비쳤다.  초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Tumml과 500 Startup과 같은 인큐베이터/엑셀러레이터의 도움이 컸지만 재무적인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이다. 


앞서서 소개한 Gift Card 같은 경우도 현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8%의 중간 수수료로는 카드 생산비용을 대기도 벅찬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수료를 올리면 실제 수혜자에게 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생각한 방식이 Google.org 같은 기업의 1+1 스폰서십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부 선택을 도와주는 플랫폼인 HAND UP의 사용자에게 얼마의 서비스 비용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 에서부터 어떤 매출 모델이 가장 조직의 미션에 부합하는지까지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인터뷰 시간의 제약 때문에 모든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PO startup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이번 스터디 트립의 첫 미팅이었던 HAND UP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다음의 큰 시사점과 동시에 숙제를 안겨주면서 보람차게 (그리고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기업 혹은 소셜벤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과거 시민사회/NPO의 활동 영역이었던 다양한 영역에  영리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 

그 영리 기업(PBC)의 활동 범위를 보장해주는 법적 장치가 이미 미국의 31개 주에는 마련이 되어 있다는 것

HAND UP 같은 조직의 시작을 돕는 초기 투자자 집단 (예: Tumml, 500 start-up 등)이 존재한다는 것  


이렇게 짧지만 임팩트 있었던 샌프란시스코 첫 미팅이 완료되었다! 

다음은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섭외는 잘 될지 기대반 걱정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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