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민수는 새 아파트 대신 임시거처로 이사를 했다.
다시 낯선 동네, 변함없는 작은 방 한 칸이지만,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에 만족했다.
민수는 짐을 풀고 대충 정리를 마치자, 들뜬 마음으로 준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야, 나 이사했다.”
민수의 목소리가 밝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화면 속 방은 작았지만 대충 봐도 화사하고 밝았다.
준호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오네?”
민수가 웃었다.
“응. 햇빛 들어오니까, 내가 더 이상 바퀴벌레가 아니고 사람이 된 거 같아.”
준호도 같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청년임대 신청은?”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넣었지. 대기지 뭐. 또 불확정 시작인데… 이번엔 내가 내 옵션 갖고 기다리니까, 기다림이 덜 무섭다. 그냥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뭐.”
민수가 미니멀한 주방을 보여주며 말했다.
“나 이제 커피도 내릴 수 있고 간단한 식사도 해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 이거… 진짜 큰 변화다.”
"저번보다 싱크대가 넓어서 좋아."
준호가 웃으며, "언제 초대할 거냐? 하룻밤 재워 주는 거냐?"라며 농담을 던졌다.
"언제든... 우리 그때 파티하자..."
민수는 작지만, 친구들을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모처럼 기분이 좋았다.
준호도 그즈음 회사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중간 지점으로 원룸을 옮겼다.
월세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대신 햇빛이 들고 누수와 곰팡이가 없는 방을 골랐다. 분위기가 밝아지니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자주 가는 카페의 알바생이 물었다.
“늘 같은 자리에 앉으시네요?”
준호가 웃으며 답했다.
“여기 앉으면… 편안한 느낌이라서요. 뭔지 모르지만 안정감이 들어서요.”
알바생은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준호는 미흡하지만 용기를 내어 온라인에 연재 글 한 편을 올렸다.
제목은 단순했다.
‘원룸구독’.
조회수는 폭발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댓글이 달렸다.
‘저도 똑같아요. 글 읽고 오늘 계약서 다시 봤어요. 덕분에 특약을 넣었어요.’
준호는 그 댓글을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혼자만의 고민인 줄 알았는데…”
"저도 공공임대에 살아요. 제 이야기를 누군가가 대신 말해준 것 같네요.”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썼다.
“글을 읽으며, 처음으로 나만 힘겹게 살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어요.”
그 문장들을 읽는 순간, 준호는 이상하게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그럼에도 절망을 가감 없이 바라보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가 현실의 피로감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또 하나의 콘텐츠쯤으로 소비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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