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무 생각

혼잣말

어느 말 많은 겁쟁이의

by 에스텔

"미래에 행복하려고 지금 행복쯤이야 희생하려고.

왜, 알잖아. 마시멜로 이야기.
조금만 참고 나중에 먹으려고. 그럼 더 준대잖아.

아 물론 나도 당장 먹고 싶지!
당연한 거 아냐? 나 단 거 어엄청 좋아해.
배고파 뒤질 것 같은데 참는 거야. 참으면 말년에 좀 낫다니까.




'··· ···'

근데 또 있잖아? 곰곰이 생각해보잖아?
그럼 스멀스멀 밀려오는 현타가
도무지 멈추질 않아 그만 압도되긴 해.

아니, 참으면 언제까지 참아야 되는데?
다 참으면 마시멜로 얼만큼 더 먹을 수 있대?
나는 도대체 몇 개의 마시멜로를
얼마나 한꺼번에 먹으려고 지금 이러고 있는 거래?
애초에 맛본 적도 없는 마시멜로는 맛있기는 한 거래?




누구는 그랬다며.

돌아보니, 마지막에 웃으며 매듭짓는 인생보다

사는 동안에 자주 웃은 인생이 더 성공한 삶이었다고.

마시멜로 그거 참고 참아서
끝에 *쳐비 버니 챌린지 하듯 입에 와구 넣으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녹여 삼키느라 바쁠 텐데.
으, 난 아무래도 물릴 것 같은데. 건강에도 좋지 않을 거야.

*쳐비 버니 챌린지(Chubby Bunny Challenge) : 누가 입에 마시멜로를 제일 많이 넣고 빨리 “Chubby Bunny!”를 외치는지 겨루는 미국 놀이


흠, 그래서 말인데 그냥..
그냥 좀 덜 먹더라도 차근차근, 은은히 음미하며 먹는 게,

그게 그렇게 막 나쁜 걸까?"




<지킬 앤 하이드>를 연상시키는 독백 속 온갖 분개를 지나 결국 지금 먹어야 쓰겄다는 결론에 다다른 나.

'꼴깍-' 심호흡 한 번 하고 마시멜로 병뚜껑을 집어 든다.

한입에 꿀꺽-할 상상에 입맛을 다신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손으로..!




··· ···

떨기만 하다 뚜껑을 도로 덮는다.

열어본 티 안 나게 꾹 한 번 더 눌러준다.

'휴, 하마터면 진짜 먹어버릴 뻔했네.'


?

'인내'라는 꽤 그럴듯한 가면 뒤 숨었던

'두려움'을 마주한 순간.


문제는 뭐 같은 이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라,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내 용기 부족인 것이었다.




어쩌면 우린,

'미래까지 내다보는 현자'를 빙자해

하기 싫은 현재를 하는 수 없이 버티는

'말 많은 겁쟁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불평으로, 허나 핑계로,

말 그대로 말만 많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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