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쓸쓸하지 않은 이유
언제부터인지 가을은
"가을 탄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쓸쓸함'으로 자리 잡았다.
무더운 여름을 나고
유독 시리게 느껴지는 바람 때문인가.
높디높은 하늘 아래
왜소한 날 깨닫고 의기소침해져서일까.
누가 뭐라 해도,
나에게 가을은
'함께'여서 행복한 계절이다.
집 밖을 나서면 알록달록 나무들이 줄을 이루는데,
마주할 때마다
아무래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이 노란색은, 주홍색은,
저 불그스름한 갈색은, 연중 푸르른 색은
함께여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한 폭의 수채화다.
바람에 흔들릴 때면 더욱이 빛이 난다.
서로에게 번져 또 다른 색을 만들어내니까.
그래서 바닥에 나뒹구는 온갖 낙엽들조차
내 눈엔 새로운 색을 내려 한데 짜 놓은
물감의 연속이다.
본디 야행성 인간이지만,
가을의 낮만큼은
자연이 그린 내 취향의 예술을 만끽할 수 있어 소중하다.
나는 '함께'하는 이 가을이 참 좋다.
사계절 내내 가을만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