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제일 먼저 안아줄 텐데.
역지사지가 과하면
'나'는 없어지기 십상이다.
내가 없으면,
그런 날 도와줄 나도 없다.
마음엔 눈이 없어서
보이는 건 늘 상대뿐이었다.
그래서 줄곧,
번진 내 눈물 자국을 보고서야
나도 아픈 줄 알아챘다.
내가 내게 준 상처는
치유하기도 민망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게 웃겨서.
너무 뒤늦게 안 게 멋쩍어서.
그래서 미처 아물지 않은 곳에
아랑곳 않고 다시 채찍을 내리치곤 했다.
굳은살이 배기고 또 배겨 제법 단단해진 나는
이제 더이상 두려울 게 없지만,
두터운 겉껍질을 비집고 들어오는 상처는
그만큼 더 깊어서 좀처럼 나아갈 길이 없다.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했던 만행은,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보이는 데 최선을 다한 것이기에
그마저 나를 탓할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다.
다만, 마음에도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아픈 날 내가 제일 먼저 알아보고
제일 먼저 달래줄 텐데. 안아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