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도전에 대한 설렘 때문이었다.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마음속에서 호기심과 설렘이 용솟음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사실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만으로 미래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력서에 한 줄 적어 넣을 좋은 스펙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이고, 평소에 좋아하던 영어를 좀 더 확실히 배울 수 있을 것이니 나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런던이라니…… 금발의 미녀들과 함께 멋진 도시를 누빌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잠이 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아마 이 날이 내 마음속에서 공식적으로 어학연수를 결심한 날인 것 같다
다음날 아침 학교 앞에 있던 유학원을 찾았다. 유학원 직원이었던 여자분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마 이 분이 아니었으면 나의 글로벌 경험은 처음부터 시작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 어학연수에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가벼운 질문이 오고 갔다. 알고 보니 나와 같은 과를 졸업하신 선배님이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호구 조사를 마치고 나니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되었다. 여러 곳의 학교를 보여주었고, 각 학교별 특징과 가격도 알려주었다. 사실 학교를 보여주긴 하였지만 가격 외에 내가 변별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나는 몇 부의 브로셔와 어학연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받아 들고 집으로 왔다. 작은 한 걸음을 시작한 기분이었다.
차근차근 받아온 것들을 살펴보았다. 자료에는 각 학교(어학원을 말한다)의 위치와 편의시설, 학생 수 등의 내용이 영어로 설명되어 있었고, 저마다 왜 이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지를 설파하려는 내용의 문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현지에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적혀있는 내용들 만으로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때 느낀 거지만 대한민국 인터넷 참 편리하게 잘 되어 있다. 해당 학교 이름을 검색하기만 하면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많은 정보들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거나 내가 알고 싶은 것과 상관이 없는 내용인 적도 많았지만, 의지가 있으면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그들의 연락처(주로 이메일이었지만)까지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더 편리해졌을 것이다. 많은 포털 사이트에서 서로 경쟁하듯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있고, 수없이 많은 블로거들의 글을 통해서 실제 경험 못지않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문제는 의지다. '내가 얼마나 간절한가?'의 여부에 따라 그 많은 정보는 단순한 쓰레기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숨은 진주를 찾은 것처럼 값비싼 꿀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정보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거든 그것부터 알아내야 한다. IT강국의 위용만큼이나 인터넷이 발달한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내용이든 검색어만 잘 선택하면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사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 것이다. 때문에 자료조사에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은 곧 당신의 투자를 의미한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내가 찾는 정보가 없다고, 혹은 찾아도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고 포기해 버린다면 당신이 원하는 정보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최소한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라도 찾아내야 한다. 검색을 통해서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면 백이면 백 정보는 나오게 되어 있다. 의지를 가지고 파고들면 다양한 소스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져온 많은 학교의 홍보물은 단순히 나에게 정보의 역할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이 이야기하던 내용의 조각조각을 모아 나만의 자료를 만들어갔다. 각 학교별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영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읽었고, 그중 몇 명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다. 나 또한 후에 유학을 하며 이러한 질문과 쪽지를 많이 받았고, 나름대로 성심 성의껏 대답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정보를 주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고 본다. 그들에게 문의를 구하는 것이야 말로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모를 정보들을 조각모음 하는 것보다 값진 일이다. 경험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은 생각해보면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한 일은 아니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시간이 그리 많이 투자되지도 않는다. 당신이 그 일을 망설이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1번 귀찮거나 2번 소용없어 보이거나 3번 불편하거나. 이 세 가지 이유로 당신은 일생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그렇게 얻은 정보들을 자료화했다. 학교 리스트를 만들고 각 학교의 장단점을 적어봤다. 비싼 학교일수록 장점을 많이 적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정보를 노출시켰으니 당연하다.), 그만큼 실제 경험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실제 경험자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무언가 더 현실적이고 신뢰가 가는 곳이 되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예산을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학교별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갈 수 있는 학교와 갈 수 없는 학교가 구별되었다. 놀랍도록 싼 곳도 있었고, 더 놀랄 만큼 비싼 곳도 있었다. 영국은 그런 곳이었다. 흔히 모두들 영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집이 잘 살았구나'라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아주 넉넉한 집안의 자재부터 나처럼 단돈 몇 푼 만을 들고 유학을 결심 한 사람들까지...... 런던이라는 도시가 명성 그대로 International City인 만큼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기에 더 다양한 방식의 삶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야말로 삶의 방식이 천차만별 다른 곳, 마음만 먹으면 아주 부유하게도 혹은 아주 혹독할 만큼 가난하게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 그렇다고 정말 여유마저 빼앗기지는 않는 곳, 그곳이 바로 런던이었다.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교를 서로 비교하면서 가고 싶은 학교가 추려졌다. 한 곳은, 런던은 아니었고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기숙시설이 마련되어 있었고 다양한 활동들이 보장되며 사진상으로도 아주 번듯한 곳이었다. 마치 궁궐을 연상케 하는 학교 이미지와 해리포터에서나 볼 것 같은 학생들의 옷차림으로 이곳이 아주 고급스럽고 전통이 있는 학교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했다. (물론 금액은 일반적인 학교의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또 하나의 학교는 자유로운 학교의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아주 여러 장으로 눈속임을 하기는 했지만 한눈에 봐도 그리 크지 않은 학교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에 담겨 있던 학생들 역시 아주 자유로운 모습이었고, 가격 또한 내가 도전하기에 많은 부담이 되지는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