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가 들려주는 영국 유학 이야기

3장 치열함이 가져다주는 것

by 쪼꼬

Chapter 30. 험의 기술

시험용 실전 교제를 구입해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IELTS는 Listening, Reading, Writing, 그리고 Speaking 총 4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당시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은 Reading과 Writing이었다. Writing이 약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동일한 일일 것이다. 중고등학교를 포함해 10여 년 이상 영어라는 과목을 공부하지만 제대로 된 writing 연습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Reading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학창 시절에는 Reading에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수능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토익 시험을 치르면서 다년간 실력을 쌓았다고 생각했다. 고3 때 이미 토익은 65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이는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IELTS는 그 수준이 달랐다. 한국에서의 언어영역에 해당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언어영역이 쉽다고 느끼는 한국인이 있던가? 한국말이지만 쉽지 않다. 더구나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기본적인 어휘만 학습되어있던 나에게 IELTS의 Reading은 넘을 수 없는 산과도 같았다.


심지어 더 터무니없이 나를 좌절시키는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토익시험의 Reading은 조금 연습만 하면 시간이 많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IELTS는 시간이 말 그대로 턱없이 부족했다. 지문을 찬찬히 읽으면 대부분 풀이가 가능한 문제들일지 모르지만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언어영역 시험에서 지문을 찬찬히 읽은 적이 없는 것처럼 IELTS의 Reading 또한 찬찬히 읽어서는 절반의 문제를 풀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IELTS의 Reading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스킬이 필요하다. 첫 IELTS 시험을 준비하면서 다녔던 학원에서는 짧은 과정 덕분에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스킬을 가르쳐주었다. 실제 영어 실력이 향상되려면 장기간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몇 가지 스킬만 잘 습득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기대 이상의 점수를 받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스킬을 알려주겠다.


리딩 시험의 지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문제 파악하기이다. 리딩 시험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지문에서 얻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험이 시작된다. 지문을 받자마자 첫 문장에 매료되어서 지문을 쭉 읽어버리면 이미 시간은 한참 지난 후이고 정작 필요한 답은 얻지 못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지문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 후 지문을 이해하려 해야 한다. 문제를 파악할 때에는 지문에서 핵심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들에 동그라미를 쳐서, 지문을 한참 읽는 도중 문제로 돌아가 무얼 찾아야 하는지 다시 살펴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 속에 포함된 의문사에 먼저 동그라미를 친 후 의문사에 해당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동그라미 친다. 예를 들어,

"What time was the meeting arranged?"

와 같은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 동그라미를 쳐야 하는 곳은 앞서 말한 것처럼 What time의 What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험의 특성상 혼돈을 주고 그 혼돈 가운데서 제대로 된 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지문에는 시간과 관련된 내용이 여러 번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meeting arranged에도 동그라미를 쳐 미팅이 구성된 시간을 집중적으로 찾아야 한다. 제시된 문제가 길면 길수록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질문을 독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문제를 하나의 지문을 통해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보통 직접적 의문사가 있는, 말하자면 단순한 문제부터 먼저 푸는 것이 좋다. 문제를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의 내용이나 흐름을 파악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체 내용을 고민하느라 쉬운 문제를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파악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리딩에 들어간다. Reading에 필요한 스킬은 세 가지다. 스캔하기(Scanning), 건너뛰기(Skimming), 자세히 읽기(Detail Reading). 먼저 문제와 연관이 있는 단어를 빠르게 스캔한다. 문장을 읽거나 내용을 파악하는 대신 연관되는 단어만을 빠르게 훑어 내려간다. 찾은 단어는 마찬가지로 동그라미를 쳐서 표시해 둔다. 문제가 여러 개일 때는 네모나 세모 등 문제에 따라 다른 도형으로 표시를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대한 빨리 스캔을 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스캔이 끝나면 건너뛰기에 들어간다. 스캔한 단어들의 문장을 읽어보고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면 건너뛴다. 위에서 예시로 든 단순한 질문이라면 대부분 이 과정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된다. 이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자세히 읽기를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자세히 읽기를 하더라도 모든 지문을 자세히 읽을 필요는 없다. 이미 스캐닝과 스키밍을 통해서 파악된 내용으로 필요한 단락을 파악하고 앞뒤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읽는다.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정답을 찾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이미 단순한 문제는 모두 풀었기 때문에 한 문제를 놓친다 해도 해당 지문에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전체를 자세히 읽어도 문제를 틀릴 확률이 얼마든지 있다. 지문의 전체 흐름에 관한 문제일수록 이러한 경우가 많은데, 우선은 풀 수 있는 문제를 먼저 풀고 나중에 다시 돌아와 문제를 푸는 것이 시간 관리상 효과적일 수 있다. 지문에 파묻혀있을 때는 아무리 읽어도 보이지 않던 것이 돌아와 다시 읽으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것 처럼 리딩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본인만의 타임라인을 만들어 놓고 시간 안에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뒤로 갈수록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지만, 뒷부분에도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쓸데없는 집착으로 더 큰 것을 놓치지 않도록 하자.


스킬은 훈련을 통해 정진 된다. 스킬의 방법 즉, 요령은 알려줄 수 있지만, 결국 해보지 않으면 스킬은 늘지 않는다. 무한정 연습에 돌입한다. 모의고사 문제지를 사서 수도 없이 풀어본다. 문제를 푸는 동안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시간 관리의 싸움이기 때문에 조금의 흐트러짐만 있어도 말짱 도루묵이다. 엄마도 아빠도 여자친구도 방해할 수 없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전화기는 꺼두는 것이 좋고 쓸데없는데 관심을 쏟는 일이 없도록 인터넷 접속조차 불가능하게 하면 더 좋다. 장소는 독서실이나 도서관을 추천한다. 다행히 런던에는 훌륭하면서도 접근이 용이한 도서관이 널려 있다. 내가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자주 이용했다던 도서관이다. 런던 중심에 위치하여 있음에도 아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자연스레 모든 방해가 차단되던 곳이었다. 심지어 전화도 잘 터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잠수를 타게 되니 말이다. 이처럼 나만의 공간을 마련해 놓으면 마음을 잡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첫 번째 시험이 있는 4월 초까지 시험에 집중했다. 당시에는 IELTS 점수에 필사적이었다.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모든 계획과 희망이 없어질 것 같은 심정이었다. 친구도 만나지 않았고 좋아하던 게임도 하지 않았다. 한국에 다녀오면서 자연스럽게 한인회 일을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따로 하지 않았다. 더러 늦잠을 자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드는 시간까지 오직 시험 준비였다. 하루에 최소 2회의 모의고사를 치렀고, 약하다고 생각되는 Reading과 Writing은 하루 4회 이상 연습했다. 실전시험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4시경에 마치는 일정임을 고려하면 하루 2회의 모의고사는 사실상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는 심정으로 준비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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