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가 들려주는 영국 유학 이야기

3장 치열함이 가져다주는 것

by 쪼꼬

Chapter 35. Pre-sessional(2)

토론수업과는 별도로 영어 자체를 위한 수업도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어학원 최상급 클래스에 속하는 수준이었기에 단순 문법 수업이 아닌 다양한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수업이 많았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돼지를 영어로 Pig라고 하고 소는 영어로 Cow라고 한다. 돼지는 프랑스어로 뭘까? Porc다. 그럼 소는? Boeuf다. Pork, Beef와 매우 닮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돼지고기 Pork가 프랑스에서는 그냥 돼지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소고기 Beef가 프랑스에서는 그냥 소다. 왜일까? 여기에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역사적 관계가 담겨 있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는 조선과 청의 관계와도 같았다. 청이 형님 나라 조선이 아우 나라였던 것과 같이 영국은 군사 강국이었던 프랑스의 정치, 문화적 지배구조하에 있었다. 영국의 왕이 결혼이라도 하려면 프랑스에 항상 허락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지배적 구조 덕분에 국민 사이에도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돼지를 키우는 사람은 영국인, 돼지를 먹는 사람은 프랑스인. 마찬가지로 소를 키우는 사람은 영국인, 소를 먹는 사람은 프랑스인이었다. 소를 먹는 사람들이 부르는 Boeuf가 Beef로 변해 소고기로 통용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라틴어와 게르만어 등 여러 가지 언어에서 파생되어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에 각 단어가 가진 어근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어휘를 익힐 수 있다. 마치 한국어가 중국어에서 파생되어, 한자를 이해하면 다양한 한국어 어휘를 익힐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단어 앞에 붙는 Pre는 before(미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Pro는 forward(앞으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Previous(이전의), Prevent(미리 예방하다)와 Proposal(앞으로의 제안) 등이 그 예이다. 마찬가지로 Vacuum, Vacation 등에 사용된 Vac는 비어있는(empty)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promote, motive 등에 사용된 mot는 이동하다(move)의 뜻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단어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im-은 in이 변형된 것으로 '안으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ex-는 '밖으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import와 export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어근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어휘력을 넓히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Pre-sessional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Lecture(강의)이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강의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IELTS 등의 듣기시험 문제에서도 최고 난이도는 항상 강의를 듣고 그 안의 내용을 유추하는 것이다. 그만큼 강의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코스를 듣는 4주 동안 여러 번 강의를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이 기간의 강의는 사실 실제 강의보다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세미나에 가까웠는데, 강의 시간 동안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수업 시간에는 강의 내용에 대해 토의하거나 요약을 하는 등 숙제가 주어졌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웠다. 셰익스피어와 그에 대한 루머를 다루는 역사부터, 당시 큰 화제를 일으켰던 리먼 사태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에 따라 다양한 영역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강의 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How to Study' 즉, '공부하는 방법' 이었다. 이 강의에서 교수는 우리들을 'Professional Student'(전업 학생)라고 표현하며 공부와 일하는 것을 연관시켰다. 취업하게 되면 몇 시간을 일할까? 기본적으로 Full-time이라고 하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게 통상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Full-time Student라고 하면 하루 8시간 주 5일을 스스로 계획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연사였던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회사원들이 퇴근 후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보며 퇴근 후에는 일에 대한 생각을 회사에 두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펍에 가서 스포츠를 보거나 책을 읽는 등(회사원에게 책 읽기는 일이 아닌 휴식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 자신이 정해 놓은 공부 시간을 모두 채웠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다음 공부를 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어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휴식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또한 공부 위한 조력이 되어야 하며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머릿속에는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자리하고 있었지 공부를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그동안 나는 공부를 타의에 의한, 혹은 시험을 위한 부담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공부하는 것 역시 내 시간을 나에게 투자하는 즉, 스스로 나를 고용한 것이다. 나는 Full-time Student로서 하루 8시간, 주5일을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의무를 나 스스로 지고 있다.


과정 막바지에 제출하게 되는 3천 자 분량의 essay를 써 보는 것은 이후 마주하게 될 다양한 essay와 논문을 준비하기 위한 충분한 워밍업이 되었다. 과정 초기에 미리 essay 과제에 대해 알려주었고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도록 했다. 과정 내내 담당 선생님이 지속해서 중간점검을 해주었다. essay의 기본 형식과 작성 방법에 대한 스킬 위주로 코칭이 진행되었지만, 주제에 대한 논리와 자료의 적정성도 함께 고민해 주었다. 본과정의 essay는 기본 5천 자 이상이었기에 미리 맛보기를 해본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Pre-sessional코스는 가능하면 경험하지 말아야 할 과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효과적 측면에서 본다면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를 미리 다녀보는 것은 향후 수업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조정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나처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은 더더욱 그랬다. 사실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Pre-sessional과정 동안 학교에서 제공해준 여러 가지 도움으로 본과정의 수업 일정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고 덕분에 주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학교에 다닐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없이는 런던의 살인적 물가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던 나로서는 잘한 결정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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