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명랑한 밤길>> 을 읽고
궁금해졌다.
<<명랑한 밤길>> 이라니...
언뜻 어울리지 않은 듯 대비되는 묘한 표현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밤길을 걸어야 하는 때가 있다.
어떤 이들은 슬픔에 젖어 또 다른 이는 절망을 안고...
사방이 보였던 길었지만 어둠에 묻혀 앞이 보이지 않는 밤길을 걸으며
돌부리에 넘어지고 때론 웅덩이에 빠지며 어디로 향하는지 막막함에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끝에 다다른다.
혼자 걷는 밤길은 무척 외롭고 무섭다.
하지만 친구와 도란도란 거니는 밤길은 편안하고 즐겁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밤길은 고단하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이를 보려 걷는 밤길은 설렌다
밤길에도 여러 감정이 스며있다.
다사다난한 우리네 인생처럼
매일 걷는 밤길, 자신이 속한 곳의 익숙한 사람들,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집
그와는 달리 도시에서 온 낯선 남자, 생소하지만 세련된 음악, 교양 있는 책들로 찬 아늑한 집.
첫사랑의 순수함 그러나 마주한 서로 다른 진심. 실연의 상처가 분노. 원망...
20대는 혼란과 방황의 시간이다. 순수한 열정의 에너지가 무한하게 쏟아진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실수를 경험하는 시기이다.
퇴근 후 집을 향해 걷던 밤길은 우울했다. 치매가 걸린 엄마를 돌봐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온 남자를 만난 후 그녀의 밤길은 설렘으로 변해갔다. 보고 싶은 이를 만나러 가는 밤길은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 찼다. 그녀의 공간이 바뀌었다. 생소하지만 세련된 라디오 음악이 흐르는 달리는 자동차, 교양 있어 보이는 많은 책들로 가득한 남자의 집. 자신이 속한 세상과는 다른 동경하던 신세계였다. 지루했던 일상도 늘 걷던 밤길도 변해갔다. 정성을 다하는 순수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진실을 마주한 날, 스물한 살의 간호조무사인 주인공이 도시 남자를 통해 바라본 새로운 세상은 자신이 만들어낸 동경과 허무한 환상뿐이었을 뿐 결국 그녀 스스로 더 어두운 밤길로 걸어 들어갔다는 아픈 사실을 알려 준다.
반면 그 아픈 상처를 통해 그동안 거부감을 갖고 두려워했던 외국인 노동자들- -소외계층-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자신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평가했던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 어리석었던 자신을 깨달은 그녀는 새로운 용기를 얻고 원망과 분노대신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돌아온 그녀만의 밤길을 걷는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누구나 가보지 못한 저 너머의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다. 선택의 여지없이 주어진 현실이 벗어날 수 없이 힘겨울수록 더욱 자유를 갈망한다. 새로운 세계로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줄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과 같은 누군가를 절실히 원한다. 현실도피를 사랑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편견들로 인해 많은 오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처음 가는 그 길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우리는 모두 수많은 실수와 경험을 통해서 진실을 본 순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겪어야만 하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과정임을. 인생의 밤길을 걸어 나와야 지나간다는 것을.
매일 걷는 익숙한 길도 낮과 밤이란 시간에 따라 다르고, 내 마음의 기분에 따라 변한다.
지금도 우리는 자신 만의 인생의 밤길을 걷고 있다.
꿋꿋하고 유쾌한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