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는 새로운 시선
마요르카는 푸른 바다와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건축들 까지 있는 유럽의 휴양지이다. 마요르카를 가기로 한 후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호안 미로(Joan Miro)의 미술관이었다. 8살 아들의 관심은 온통 바다수영과 호텔의 수영장에만 관심이 있지만 계획된 일정에 따라 렌트한 차를 타고 바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호안 미로 미술관은 높은 언덕 위 지중해와 팔마 시내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그는 이곳에 살며 작업하는 것을 늘 꿈꾸어 왔고, 1956년 마침내 그는 마요르카에 정착하여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을 보냈다고 한다.
미술관은 3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2개의 건물은 실제로 1983년 마지막까지 미로가 작업했던 작업실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다. 정문을 지나 오른쪽에는‘The Sert Studio’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미로의 오랜 친구인 조세프 루이스(Josep Lluís)가 설계한 건물이며,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 있는 호안 미로의 미술관 또한 그의 작품이다.
이 작업실은 미로의 작업 동선을 고려했고, 그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구성되었다. 입구의 노란색 문을 통해 들어가면 좁은 입구와 달리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겹겹이 쌓인 작품들과 곳곳에 붙어 있는 에스키스들 덕분에 마치 작가가 아직도 이 공간에서 작업 중일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의 작업실에서는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담긴 에스키스는 물론 실패작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이뿐 만이 아니다. 깔끔하게 마감된 완성된 작품만이 아닌 현재 진행되는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가의 사적인 물건, 스케치 등을 보고, 같은 공간을 공유해 보는 경험을 통해 관객과 작가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호안 미로 미술관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며 미술관 관람 후에는 분명 그 전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미로의 작품을 대하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는 미술관을 둘러보며 호안 미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야수주의와 입체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 등의 이야기는 아이에게는 어렵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작품으로 나타냈다는 정도의 설명을 해주었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아들은 호안 미로는 한글을 작품으로 나타낸 거 같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렇게 보니 진짜 그런가? 아들과 숨어있는 한글 찾기를 해보았다. 작품의 컬러와 선의 흐름에만 주목하니 모든 작품이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작가의 의도나 제목은 잊고 다른 시선으로 아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니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호안 미로의 작품을 보게 되는 경험까지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