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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 - 반 고흐재단 미술관

고흐의 마을에서 만난 현대미술관

by 에스텔

프랑스의 아를(Arles)은 빈센트 반 고흐가 그의 생애 중 단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남프랑스 여행에서 빠질 수 없었던 곳이 아를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등 20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고, 200여 점의 편지를 남겼다. 그의 유작들은 이제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고흐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이 작은 도시를 지금도 찾고 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했던 론 강과 ‘밤의 카페테라스’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카페를 지나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모던한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반 고흐 재단에서 운영하는 ‘Fondation Vincent van Gogh Arles’ 미술관이다.

지역의 작가 미술관은 존재만으로도 문화적 상징 및 관광 명소가 되기도 한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4년에 개관하였다. 도시의 오래된 호텔을 인수하여 고흐의 작품에서 중요한 변화를 준 남프랑스의 풍부한 채광과 자연환경을 살려 재건축하였다.


미술관 가는 길에서 만난 고흐 작품 속의 테라스 카페

전시장에 들어가니 도슨트의 설명이 진행되고 있었다.관람객들은 바닥에 그냥 편안하게 앉아서 듣기도 하고 작품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듣고 싶었지만 8살 아들이 함께 하는 미술관 관람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이제 나갈까?라고 물어보는 아들... 마지막에 기념품샵에서 기념품 하나를 살 수 있게 해 준다는 약속을 하고 관람을 이어 나갔다. 미술관에서 항상 기념품을 사 오곤 하는데 그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면 미술관을 갈 때마다 아이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힘들어할 때 요긴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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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 피로스마니의 기획전이 전시중이였다.


반 고흐재단 미술관에서는 고흐와 동시대 작가이자 조지아의 작은 마을에서 온갖 소일거리를 하며 작품 활동을 했던 니코 피로스마니의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어렵게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간 비운의 작가였던 점과 사후에 더욱 세상의 주목을 받은 점이 고흐와 많이 닮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알고 있는 '백만 송이 장미'노래의 주인공이기도 한 작가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고흐의 작품에 비해 피로스마니의 작품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터라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과 나라 요시모토의 작품과 같은 재단 소장품이 함께 전시 중이었고, 옥상으로 올라서면 전망대가 있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미술관의 미션을 실천하면서도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지만, 다소 개연성 없는 전시의 흐름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서는 흔히 작가의 생애, 작품 세계 등을 연구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에서는 재단의 비전에 맞는 전시를 운영 중이다. 미술관 타이틀만을 보고 고흐의 다양한 작품 감상을 기대했던 관람객이라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고흐와 같은 거장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운영방식은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고흐라는 작가의 명성과 지역적 특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예술가를 소개하는 전시들은 물론 필요한 역할 이기도 하다. 반 고흐만을 생각하면 아를에 온 관람객들이 이곳 미술관에서 다양한 현대미술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르세유068.JPG 마지막에 기념품샵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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