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공유해보고자 한다. 내가 한국에서 셋째를 임신했을 때에,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한명당 키우는데 1억이 든다더라, 3명이면 3억이 든다더라.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좀 덜 좋은거 입히고, 좀 덜 좋은거 먹이고, 좀 덜 교육시키고, 좀 덜 ...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남들 하는거 다 해주면 1명당 1억씩 들겠지만, 나 또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 세 딸을 길려내신 부모님을 보며 자랐기에, 몸 튼튼 마음 튼튼 그거면 다 된거지.. 밥 세끼 먹일 형편이면 되는 거지.. 남들 다 하는거 해주어야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나는 워낙 단순해서 지 밥그릇 지가 물고 태어난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었다.
덴마크는 유럽에서도 출산율이 높은 편에 속하는데, 그 이유가 단순히 '복지가 좋아서'라는 표면적인 설명보다는 훨씬 복합적이고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내가 직접 겪어보니 더 그렇다.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이 내용들을 나도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취학 전: 결코 무료가 아닌 보육비용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 복지국가 하면 '모든 것이 무료'라고 생각하지만, 덴마크의 보육시설은 무료가 아니다. 각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월 60-80만원에 달하는 보육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 비용에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먹는 간식과 식비, 기저귀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언뜻 비싸 보일 수 있지만, 보육교사 한 명당 최대 4명의 아이만 돌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정책임) 인건비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이다. 한국의 어린이집과 비교했을 때 교사 대 아동 비율이 훨씬 낮아 보육의 질이 보장되는 셈이다.
취학 후: 진정한 무상교육의 실현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덴마크의 공립학교는 완전 무료다. 의무 교육과정인 primary school(0학년-9학년), 선택 과정인 김나지움(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과정(학부, 석사, 박사) 모두 무료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부에서 용돈까지 주며 공부를 독려한다. 한국처럼 학원이나 과외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일부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개인 튜터를 고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교육 부담이 거의 없다. 체육활동의 경우, 덴마크는 생활체육을 장려하기 때문에 전문성보다는 운동 자체에 포인트를 맞춘다. 체조, 수영, 축구, 배드민턴 같은 체육 활동은 1회 1-2주 수업에 10-15만원 선에서 금액이 책정되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 이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후부터는 들어가는 비용이 오히려 적어진다.
결혼: 간소함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자유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결혼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의 결혼식은 교회에서 서약을 하고,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난다. 참석자는 부모님, 형제, 그리고 신랑신부의 친한 친구 한 명씩(증인) 정도다. 피로연은 별도로 없고, 음식점에서 모여 밥을 먹는 정도의 간소한 '진짜 스몰웨딩'이 일반적이다. 물론 친구 친척을 다 초대해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100명 정도의 하객이면 정말 성대한 결혼식으로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스몰웨딩이므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신랑신부의 예복과 식사비용 정도가 전부다.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부모님들이 선물을 하거나 돈을 주시기도 하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각자의 형편에 맞추는 것이다. 자식들도 부모에게 기대하지 않고, 부모도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할 의무감을 갖지 않는다. 성인이 된 자식의 결혼은 축하할 일이지만, 재정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의무는 없는 것이다. 부부가 모두 직업이 있다면 집을 구매하는 과정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재정적인 도움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결혼하면 물리적으로 재정적으로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깊이 박혀있다.
결론: 경제적 부담보다 중요한 것들
덴마크에서 아이를 키우는 비용을 살펴보면, 취학 전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취학 후에는 오히려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혼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적다는 점이다. 결혼식에 수천만원을 쓰지 않아도 되고, 부모가 자녀의 결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다.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지 않아도 되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다. 결국 덴마크인들이 아이를 더 낳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 때문이 아니라,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의미하지 않는 사회 구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의 삶과 가족의 행복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진정한 출산 친화적 사회의 모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