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가 무료인데 대학 진학율 40%인 덴마크

덴마크의 교육관

by 덴마크육아일기



이곳에서 만난 덴마크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대학 진학에 대한 접근 방식이 한국과 사뭇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나드는 것과 달리, 덴마크의 대학 진학률은 40% 내외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는 의외였다.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인데, 왜 대학 진학률이 이렇게 낮을까?

답은 간단했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학비 걱정 없는 교육 시스템

덴마크 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완전 무료라는 점이다. 등록금은 물론이고, 교재비까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덴마크에는 'SU(Statens Uddannelsesstøtte)'라는 놀라운 제도가 있다. 이는 대학생들에게 매월 생활비를 (학부 100만원, 석사 150만원) 지원해주는 정부 장학금이다. 즉, 덴마크에서는 대학에 가면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낮은 진학률, 그 이유는?

학비도 무료고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데 왜 진학률이 낮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덴마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미카엘(24세, 목수)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목수 도제 과정에 들어갔어요. 3년 반 동안 배우면서 월급도 받고, 지금은 정식 목수로 일하고 있죠. 대학 졸업생들과 비교해도 수입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안나(26세, 미용사) "미용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직업학교를 선택했어요. 1년 반 과정을 마치고 바로 취업했는데, 지금 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대학 4년을 보내는 것보다 빨리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었죠."


당시 나의 지도교수님에게는 세 아이가 있었는데, 첫째아이는 손재주가 좋아서 목수가 되는 전문 고등학교를 다녔고, 전문 목수가 되어 30살인데 벌써 집이 두채나 있고, 자신보다 더 부자라고 했다. 둘째아이는 어릴 적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고 지금은 박사과정 학생이라고 했다. 이 둘째 아들이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친분이 생겼는데, 이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한번도 공부하라고 한 적이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자신을 좀 더 푸쉬했으면 자신이 더 열심히 했을텐데, 그게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고. 교수님의 셋째아이는 기본 교육과정 (한국의 초등 6년 + 중등 3년)을 마치고 해외 어딘가에 자원봉사를 1년가 있다고 했고, 아직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돌아오면 딸이 천천히 생각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잘 자립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 남의 자식 이야기하듯, 거리를 두고 자식들의 삶에 개입하려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그 교수님이 참 인상적이었다.


직업교육의 높은 지위

덴마크에서는 직업교육이 대학교육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덴마크에서는 배관공, 전기기사, 목수 등의 기술직이 사회적으로도 높은 인정을 받는다. 이들의 시간당 임금이 대학 졸업 후 사무직과 비슷하거나 때로는 훨씬 더 높기도 하다. 일을 잘 처리하면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는다.


다양한 인생 경로의 인정

덴마크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인생 경로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갭이어(Gap Year) 문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대학에 가지 않고 1-2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기간 동안 여행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늦은 나이의 대학 입학 덴마크에서는 30대, 40대에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언제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SU 제도 덕분에 나이에 관계없이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교육 철학

덴마크의 교육 철학은 매우 실용적이다. '무엇을 위한 공부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요구한다.

대학은 특정 전문 분야에서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 모든 사람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토마스(28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간 일을 하다가 컴퓨터 과학에 관심이 생겨서 대학에 진학했어요. 목적이 명확하니까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죠."


사회 전체적인 인식의 차이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 좋은 인생'이라는 공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덴마크에서는 이런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덴마크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든 존중받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청소부와 의사의 임금 격차가 한국만큼 크지 않고, 모든 직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소중한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덴마크의 낮은 대학 진학률은 '선택의 자유'를 보여준다. 대학에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고, 가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덴마크 젊은이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선택한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압박 때문에 억지로 대학에 가지 않는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선택의 존중'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어떤 길을 선택하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적성과 흥미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덴마크에서 만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대학 진학을 할 때 무엇을 위해 대학 진학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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