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글쓰기4
키워드 : 첫 심부름
첫 심부름? 내가 심부름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한참을 생각해 봤다.
어릴 적부터 장애가 있었던 나는 가족들 사이에서 늘 열외였다. 엄마의 슈퍼마켓에서 간장 하나 사 오는 흔한 심부름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며칠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심부름이라는 게 꼭 몸을 써서 무언가를 직접 해야만 성립되는 걸까?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심부름 아닐까? 그런 의미라면, 나도 꽤 많은 심부름을 했던 것 같다.
첫 심부름이 언제였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얼핏 남아 있는 장면 하나는 있다. 그게 명확히 심부름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시킴에 의해 뭔가를 전달했다면, 그것도 심부름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선생님이 가정환경 조사지를 나눠주며 부모님께 드리라고 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몇 평인지”, “TV가 몇 대인지”, “차가 있는지, 있다면 차종은 뭔지” 등등. 지금 다시 그런 조사지가 나온다면 학생 인권 침해라며 학교에 항의하거나, 대충 적어서 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땐 그러지 못했다.
그 시절의 나는,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엄마에게 그 종이를 건네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언니에게 보여주며 대신 써달라고 부탁했다. 언니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아마 한두 번은 써 본 적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집 그렇게 못사는 거 아니라고 보여지게 좀 써줘.”
그렇게 말했던 것도 기억난다.
왜냐하면, 나는 ‘가난은 창피한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덜 창피하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생각 자체가 부끄러운 인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