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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꼭 포크 써야 하나요?

일상에서 글쓰기5

by 해린

키워드 : 열무김치(냉면)와 냉면


나는 열무냉면보다 함흥 물냉면을 더 좋아한다. 여름이면 시원한 함흥 물냉면을 자주 사 먹는다.
가끔 사람들과 냉면을 먹으러 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면 잘라드릴까요?” 가게 주인이나 나와 처음 식사하는 사람들은 으레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포크 드릴까요?”

손에 힘이 부족한 나는 포크보다 젓가락이 훨씬 편하다. 포크는 음식을 찍는 데 힘이 필요하고, 뾰족한 날에 손이 찔릴 위험도 있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젓가락은 면을 돌돌 말아 입에 넣기만 하면 되니 나에게 더 익숙하고 안전한 도구다.

그래서 오히려 면이 짧으면 젓가락으로 말기도 어렵고,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배려”한다며 당연하다는 듯 포크를 주거나 면을 잘라주려 한다.

어떤 날은 그런 배려를 그냥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장애인은 꼭 포크를 써야 하고, 짧게 자른 면을 먹어야만 하는 걸까?
정해진 틀 안에서만 고려되는 배려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면, 마음 한켠이 답답해지고 괜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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