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작고 작은 나
SNS를 스치듯 지나가던 리뷰 글이 마음에 남았다. 그 글을 읽은 후에 계속 생각이 났고, 넷플릭스를 켜게 했다. 주인공이 뇌병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특히 그랬다.
나는 한동안, 나와 같은 유형의 장애인이 영화에 등장하면 차마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곤 했다. 뇌병변장애는 안면마비나 언어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나 역시 그렇다. 몸 상태에 따라 표정이 더 일그러지거나 말이 꼬일 때도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나보다 상대의 얼굴을 먼저 살핀다.
혹시 지금 당황하고 있나? 불편해하진 않나? 내 얼굴이 혐오감을 줄까?
이조차 익숙해진 감각이다.
그런데 영화 속 류춘허를 연기한 배우가 중국에서 인기 많은 비장애인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오래전에 한국 영화 오아시스에서 문소리가 장애여성을 연기하며 극찬을 받았던 기억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와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것 같아 어쩐지 아릿했다.
하지만 류춘허라는 인물 자체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그는 타인의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엄마의 과잉보호 속에서는 위축돼 보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스스로 도전하고 선택한다. 카페 아르바이트, 운전면허시험, 사범대학 진학까지—무모하다 싶을 만큼 앞으로 나아간다.
그 뿌리에는 누가 뭐래도 할머니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다.
엄마가 죄책감으로 그를 감싸고 숨기려 했다면, 할머니는 세상 앞에 다시 세워주는 사람이다.
“해볼 테면 해봐라, 너는 할 수 있다”는 응원.
버스 기사에게 목소리를 높여 손주를 지켜주는 태도.
이런 실질적인 지지가 류춘허의 자존감을 단단하게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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