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린 Mar 31. 2024

제2의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몇 년 전부터 풀리지 않은 고민이 있다. 20년 간 근로 활동을 하며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다. 이 직장생활이 점점 부담되고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는 지금의 장애인 단체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며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있는 단체는 장애인 인권 활동을 지향하며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급여도 직급, 경력과 상관없이 동일 임금제이며 서울시 최저 임금 수준이다. 연차 수당이 있긴 한데, 연 1년마다 1만 원씩 올라가고 그마저도 10년이 되면 더는 올라가지 않는다. 일은 힘들다.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증명해야 될 서류가 엄청 많다. 매일 야근을 해야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사실 나이가 많지 않고 돈 들어갈 곳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단체가 지향하는 뜻에 공감하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병원에 다니는 횟수가 많아졌다.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의료비 지원을 받는 줄 알지만,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아니면 직장 건강보험 혜택이 전부이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나는 하루종일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 안 좋은 자세로 지내다 보니깐 몸의 자세가 틀어지면서 여러 군데에 관절 통증이 생긴다. 특히 3년 전에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주 1~2회 정도 양한방 병원을 다니며 비급여 치료를 받고 있다. 주로 대학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보험이 되는 치료는 대기자가 길어서 치료를 받을 수도 없고, 받는다고 해도 1년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녀야 한다. 지금도 대기를 기다리며 비급여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매달 돈에 허덕이는 생활이 이어진다.

부족한 돈을 메꾸려고 가끔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주말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쓴다. 이런 생활이 몇 년째 계속되면서 번아웃이 종종 찾아온다. 그래서 퇴사를 늘 꿈꾼다.


여태 4번의 이직 경험이 있는 나는 이직하는 곳마다 일복이 터졌다. 그러한 경험 때문에 이직할 마음도 없다. 중증장애를 가진 나는 이직을 한다고 해도 같은 계열의 단체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같은 계열의 직업을 갖는다면 일복은 피할 수 없는 위치이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라서 이 걸로 직업을 바꾸고자 관련 강의를 몇 개월씩 할부로 지출 하며 들으러 다니고 있다,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글쓰기가 더 어려워져서 이 걸로는 직업을 가질 수 없갰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 관련된 책도 찾아 읽지만, 퇴사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원래. 스펙도 빵빵한 엘리트들인 것만 같다.


과연 나는 올해 퇴사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매일 번지 점프를 하듯 지하철을 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