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배운다
접시 꽃 향기 지나쳐 오는 동안
분명히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찾아왔다
여러가지 원인 번갈아 떠 올리며
급체한 거라고 스스로 진단하니
머릿 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서둘러 이 서랍 저 서랍 뒤져
손에 잡은 사혈침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하다가 용기 낸다
엄지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새끼 손가락까지 빠짐없이
양손 모두 정성껏 사혈하니
전신이 노근 노근해 지면서
뱃 속에 꾸르륵 신호가 오고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 온다
이제 한 숨 깊게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나고 난 후에는
성난 두통일랑 사라지겠지
그래서 또 인생을 배운다
허겁지겁 살다가 체하면
약도 없다는 만고의 진리
그 어려운 걸 깨우치고
저무는 하루를 재우는
두통 덕분에 성숙해진
이 밤, 모두들 무사히
굿 나잇 굿 밤 하시길
기도하면서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