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처럼 살아가기 7]

강릉 안목항 등대, 커피에 취하고 바다에 물들다

by 에스더esther

“강릉 안목항, 커피향 가득한 바다”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지만, 커피는 언제나 황홀하다. 카페인에 빠져드는 강릉 여행길에서는 더욱 그렇다. 커피향에 취하게 만드는 강릉은 안목항에서 그 절정을 맞이한다. 가족과 연인들의 발끝에서 부서지는 고운 모래 알갱이들이 ‘커피거리’를 가득 채우고, 해변에 다정하게 줄지어 선 카페들은 저마다의 취향을 뽐내며 길손을 부른다. 고소하게 구워지는 각종 맛과 향의 빵들은 앞다퉈 섬세한 후각을 자극해 온다. 마법에 걸린 듯 가까운 카페에 이끌려 들어간다. 빵 한 조각에 커피를 곁들이니 입안에서 녹는 새콤함과 달콤함이 자아내는 환상적인 궁합. 저절로 새어 나오는 감탄을 주체할 수가 없다. ‘아, 행복해,,,’.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


안목항 방파제를 걷다가 만난 붉은 등대는 또 어찌나 다정한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등 기대어 본다. 누군가 타고 와서 세워 둔 자전거가 행여 외로울까, 짝꿍이 되어 주는 풍경. 안목항에는 특히 솔향이 은근하다. 안목해변을 두루 바라보며 배경이 되어 주는 무성한 소나무들이 건강한 피톤치드의 기운을 맘껏 선물한다. 근처에 솔향 수목원도 있다고 하니, 강릉에서 숲을 만날 수 있는 귀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솔향 강릉이라고 했던가. 청정한 소나무 향기와 커피에 취하고 푸른 빛 바다에 물드는 ‘치유의 공간’, 안목항에서 마음껏 힐링을 체험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안목항 방파제 등대

”강릉 테라로사를 찾은 발걸음, 또 다른 꿈이 생기다”


강릉에 올 때마다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찾는다. 안목항의 커피거리와 더불어 강릉을 커피의 성지로 만들어 주는 아지트와도 같은 곳이다.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도 테라로사를 찾는 발걸음들은 이미 긴 줄로 대기중이다. 아무렴 어떠리, 대기번호를 받아도 기분 좋아지는 커피향 덕분에 그저 즐겁기만 하다. 기다림 속에서 문득, 인생 후반전의 또 다른 꿈을 꾼다. ‘여행 바리스타’로서의 변신. 테라로사를 향기롭게 하는 바리스타의 섬세한 손길 속에서 검붉은 원두가 진한 카페인으로 녹아드는 순간을 공유한다. 온몸을 황홀하게 변화시키는 마법. 그 향기 속에 여행을 함께 버무리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커피장인의 감각으로 다양한 산지의 원두를 추천해 주는 바리스타처럼 여행도 그렇게 맞춤으로 골라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는다.


강릉, 테라로사

아울러 여행도 나만의 레서피로 블렌딩이 가능하다면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까지 섞어 시원한 바다향을 만들면 좋겠다. 때로는 길 잃은 방랑자에게 빛이 되고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세계 각지의 등대들을 반갑게 악수하듯이 묶어 보는 것도 환상적인 작업이 되겠다. 작은 커피콩 알갱이가 저마다의 취향을 품고 동네방네 입소문 자자한 ‘취향저격 카페탐방’도 해볼 만한 블렌딩이다. 낮은 언덕에 여행자의 카페를 만들어 아담한 간판도 하나 내다 걸어야겠다. ‘카페, 라이트하우스’라 쓰고 힐링이 필요한 나그네들을 껴안아 주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와서 쉬어갈 수 있는 힐링 포인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테라로사 담쟁이 건물


산미 가득한 이야기들을 모아 작은 감동을 선물하는 책을 지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수레바퀴 속에서 제2막으로서의 대반전이 기대되는 벅찬 꿈이다. 호적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꿈을 꾸는 한 언제나 청춘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여행 바리스타’로서의 변신을 향한 꿈도 이미 오래전에 잉태된 운명의 반전일지도 모른다. 솔향 강릉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가 지극히 행복해서 그만, 취한 듯 몽롱해진다. 테라로사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담쟁이 덩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순전한 바람결에 초록의 잎새들이 은근하게 속삭인다. “또 다른 꿈을 꾸는 것도 괜찮아,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까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딛어도 좋아!!!”라고. 코끝에 머무는 커피향이 친구처럼 다정하다.


테라로사 내부풍경


“경포대, 지극한 품에 안기다”


테라로사에서 힐링 가득한 카페인 충전 후, 경포대를 찾는다. 동해의 이름난 관동팔경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경포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다. 경포대 누각 안쪽으로는 율곡 이이 선생이 열 살 때 경포대의 사계절을 묘사하며 지었다는 ‘경포대부’를 비롯하여 조선 숙종의 시와 당대의 여러 문장가들이 쓴 글들이 걸려 있다. 드넓은 경포호수 방향으로 단을 높여 마루를 만들고, 좌우로 한 단 더 높여 누마루를 만들어 삼단으로 구성한 경포대의 내부 배치는 일반 누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이고도 학술적인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12월에 경포대는 드디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제2046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경포대


경포대 외곽을 둘러싼 팔작지붕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사방을 휘둘러 흐른다. 문득, 어느 한 방향에 이르러 경포호를 지긋이 바라본다. ‘거울같이 맑은 호수’라는 뜻을 가진 경포호. 누각의 안쪽 삼단 마루에 은근슬쩍 누워 보니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힘차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의 호강을 누린다. 경포대 현판에는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경치 좋은 곳으로 첫 번째 손꼽힐 만한 곳’임을 감탄하여 누군가 남긴 글이라 한다. 경포호는 예로부터 다섯 개의 달이 뜬다고도 하였다. ‘밝은 달이 뜨는 날이면 바다에도 달, 호수에도 달, 기울이는 술잔에도 달, 마주 보고 앉은 임의 눈동자에도 달이 뜬다’는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호수는 바다와 소통하고, 푸른 하늘의 수평선과도 연이 닿는 중이다.


경포대에서 바라본 경포호수


“정동진역, 기네스북에 오른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


강릉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는 누가 뭐라 해도 정동진이라 할 수 있다. 정동진은 서울의 광화문을 기점으로 정동쪽 방향에 있는 나루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정동쪽 나루터 바로 곁에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당당하게 오른 정동진역이 있다. 1994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의 이름을 딴 소나무가 따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하였다. 지금은 정동진역을 오가는 해돋이 열차가 청량리역에서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정동진을 찾을 수 있다. 솔향 벤치에 앉아 정동진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모래시계의 주제곡 ’백학‘의 선율이 귓전을 가만히 두드린다.

정동진 기차역

”정동진, 바닷길 따라 레일바이크”


정동진 바닷길 따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철길을 활용한 레일바이크가 운행된다. 전국 각지에서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명소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특히 정동진의 레일바이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가장 가깝게 벗하며 달릴 수 있는 곳이다. 정동진역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열차카페를 지나 시간박물관과 모래시계공원을 거치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레일바이크도 타고 정동진의 시간박물관과 모래시계공원도 들를 수 있는 일석삼조 이상의 체험이다. 특히 시간박물관은 시간과 시계를 테마로 하는 여러 가지 발명품의 발달사를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더불어 소나무와 철길이 어우러진 ’모래시계공원‘을 거닐며 지혜로운 산책자가 되어보는 것도 강릉 힐링로드를 맘껏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이 분명하다.


정동진, 바닷길 따라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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