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처럼 살아가기 8]
동해의 심장, 묵호등대를 만나다...
by 에스더esther Sep 29. 2020
“드디어 안기는 동해의 품”
동해, 동해, 노래를 부르다 보니 마침내 동해를 만났다. 어떻게 보면 이제껏 황홀하게 달려왔던 동해 힐링로드의 심장이 바로 여기, 동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도시의 명칭도 당당하게 ‘동해’가 아닐까. 아울러 오매불망 꿈속에서조차 안겨 보고자 열망하던 묵호등대의 품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니던가. 사랑이 깊었던 만큼 묵호등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넉넉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해 주는 묵호등대.
코로나로 인한 비상시국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묵호등대가 자리한 해양문화공간은 아침 일찍 문이 열려 있다. 특히, 방문자의 첫걸음을 맞이하는 서핑 트릭아트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색다른 체험까지 가능하게 한다. 성큼 파도에 올라타 마음껏 서핑을 하는 용감한 포즈를 취해 본다. 한참을 동심으로 돌아가 파도타기에 열중하다가 드디어 만난 묵호등대. 수려한 키와 의젓한 몸 매무새가 온통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묵호등대는 동해바다와 백두대간의 산맥들을 굽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멀리 동해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동해의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해양문화공간이 조성됨으로써 동해의 명소로 거듭나기도 하였다. 등대 전망대를 비롯한 해양문화 전시룸 및 각종 트릭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묵호등대를 만나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한 켠에 [미워도 다시한번]의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1968년 정소영 감독의 영화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작품이다. 삼삼오오 등대를 찾은 어르신들의 추억담이 소곤소곤 들려온다. 아찔한 출렁다리가 있다고 해서 가보려고 하니 지금은 태풍으로 인해 접근금지 상태라고 한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려는데, 바다 끝 아슬아슬한 스카이 워크가 보인다. 2021년 완공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그때쯤 꼭 다시 와야 할 모양이다.
다정한 묵호등대
트릭아트로 즐기는 묵호등대 써핑
2021년 완공예정인 스카이 워크
“묵호, 논골담길 벽화마을”
묵호에는 논골담길이라 불리우는 벽화마을이 있다. 아주 오래전, 무연탄과 시멘트 운송으로 묵호항이 북적대며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 항구 뒤편으로 생겨난 마을이다. 비탈진 언덕에 판잣집들이 늘어선 골목으로 질퍽한 흙길이 이어져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 동네를 논골마을이라고 불렀다. 동네 살림은 비록 남루했을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은 날마다 활기로 넘쳤다. 언덕 꼭대기에는 오징어나 명태 등의 생선을 말리는 덕장이 있었고, 오징어 더미에서 떨어지는 바닷물 성분으로 인해 골목은 늘 질척거렸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논골마을이다.
논골마을 담벼락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다사다난한 세월을 겪어 온 마을 주민들의 희노애락이 때로는 기쁨으로, 또 때로는 슬픔과 애환으로 그려진 것이다. 지금은 알록달록한 벽화로 인해 논골담길 벽화마을이 더 유명해지는 이유가 되었다. ‘남편과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고 하는 논골담길 주민들의 우스개 소리까지 있는걸 보면 마을골목이 얼마나 다니기 힘들었을까 저절로 상상이 된다. 골목은 논골1길부터 논골4길까지 여러 개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등대 오름길이라고도 부른다.
논골담길 골목
등대를 품은 등대마을
“아름다운 바람의 언덕”
논골마을 골목들을 굽이굽이 오르다 보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골목마다 다양한 정취와 커피 향기로 외지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색카페들이 있어 촘촘한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벽화들이 주는 감동은 물론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물이다. 한참을 오르다 문득, 바다 앞에 선다. 아름다운 ‘바람의 언덕’에 다다른 것이다. 바람의 언덕을 투명하게 휘두르고 있는 바람벽에는 시들이 너울춤을 춘다. 한 편, 한 편 소리 내어 시를 읊어 본다.
전망대 끝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하염없이 짙푸르게 이어지고, 멀리 수평선까지 닿으면 비로소 청명한 하늘과 순박한 흰 구름이 묵호 절경의 바톤을 이어 받는다. 묵호의 지명유래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조선조 후기 순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을에 큰 해일이 일어나 집들이 떠내려가고 생업의 터전이 무너지면서 나라의 구휼이 절실했었다고 한다. 순조는 이유봉이라는 관리를 파견하였다. 그가 마을에 도착하여 바다를 보니, 이는 물도 검고, 바다도 검고, 물새도 검으니 먹 묵(墨)자를 써서 묵호(墨湖)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출처:묵호동 지자체 홈페이지)
아마도 물이 검다는 것은 무연탄을 날랐었던 때문 일테고, 바다가 검다는 것은 짙푸른 색을 검게 느낀 이유인 듯싶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검푸른 바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람의 언덕에는 아름다운 풍경에 안성맞춤인 카페가 있다. 개구쟁이 아이들의 놀이장면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카페 입구에 서 있는 행복 우체통은 그동안 감춰 두었던 마음의 언어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연애편지라도 쓰고픈 생각이 들게 한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었으면 좋을 사랑 가득한 가을의 편지를.
바람의 언덕_추억앨범 포토존
동해바다가 바라 보이는 풍경
논골담길 카페와 행복 우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