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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esther Apr 17. 2023

아직은 매우 게으르다

생명력_1

천천히 애도하기 위해...

붉은 영산홍처럼 천천히 애도하는 시간이다.

그저 게으른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봄빛이 망울을 터트리기에 열심인 계절,

엄마가 하늘나라로 꽃 구경을 떠나셨다.


 구경 떠나신 엄마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고작해야 지상에서 피고 지는 꽃을 볼 뿐이다.

게으른 걸음걸이로 취하여 고개 숙일 따름이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엄마는 꽃과 같았다.

나를 피고 지게 하는 천금같은 꽃이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것 같던 꽃을 닮은 얼굴.

천천히 생각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아주 오랫동안 게을러질 작정을 한다.

무엇이 그리 바쁠것도 없는 시절이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 바람이었기에

흔들리는 꽃춤에도 눈물을 감춘다.


서두르지 말자. 어차피 서두른다고 이겨낼

슬픔의 분량이 아니란걸 알기 때문이다.

먹먹한 가슴이나마 오래 오래 아려도 좋다.

그게 나만의 게으른 애도의 방식이니까.


언제쯤 제 정신으로 돌아올까 가늠하지도 말자.

아주 천천히, 매우 게으르게, 지극히 가만하게.

그저 그렇게 나의 중심이었던 세상을 기억하며...


2023. 4. 17

30 days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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