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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esther Apr 23. 2023

꽃 같이 곱고, 해 같이 빛나던...

생명力_4_행복한 순간의 박제

"그냥 호흡이 좀 가쁘다고만 하셨는데..."

"산소포화도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요?"


엄마는 몇 십년동안 당뇨와 고혈압을 착실하게 관리해 오고 계셨다. 사도 철저하게 당뇨식을

만들어 드셨고, 운동과 산책도 열심히 하셨다.


40대에서 50대에 걸쳐 고혈압으로 번씩이나

쓰러지셨던 엄마는 당당하게 위험한 고비들마 이겨 오셨다. 다만, 어눌한 말투만 남았을 뿐.


오히려 말투가 어눌하시다 보니 다른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의사전달 하실라 치면, 아주 성실히

또박또박 발음하려 애쓰셨다. 그게 더 귀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엄마는 호흡곤란이라는 황당한

증세로 119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낮아지 중이라고 했다.


병실로 옮겨가고 나서도 엄마의 호흡은 여전히

힘들었다. 가쁜 숨이 연속적으로 들락날락했고,

급기야 주치의는 임종을 맞이하는 가족면회를 위한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가슴이 아려왔다.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시던 엄마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입원하신지 4일만에 하늘나라로

꽃 구경 떠나시던 날, 벚꽃잔치가 한창이었다.


황망한 이별을 감당하기에는 온 가족들의 슬픔에 대한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심지어 장례에 필요한 영정사진 조차 준비되지 않았다. 휴대폰을 뒤져서 간신히 찾아낸 후보는 아빠와 찍은 생일축하 사진.

영정후보사진 1
영정 후보사진 2

행복해 보이는 두 분의 숭고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진 사진들을 보면서 또 다시 깊은 오열이 터져 나왔다. 장례식장의 영정사진 담당자에게 가만히

'후보사진2'를 건네 주었다. 행복한 절정의 순간을 소중하게 리터치해 완성 영정사진을 바라본다.

엄마, 다정한 우리 엄마
꽃 같이 고운 우리 엄마
홀연히 떠나시던 그 날에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천지사방에 꿈결이 되고

엄마, 수줍은 우리 엄마
해 같이 환하던 우리 엄마
하늘나라 꽃 구경 가시던 날
핑크 빛 영정사진 속에서
영원한 웃음으로 남으셨네

20230319. 엄마의 큰 딸 ...

202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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