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만이 등대가 아니다 3]

한강공원 송전탑의 넉넉한 치유가 등대를 닮았다!!!

by 에스더esther

진정성있는 글 속에 진솔한 치유가 숨 쉴수 있다. '등대만이 등대가 아니다'라는 생소한 주제는 바로 그 진솔한 사색의 들숨과 날숨에서 태어났다. 시와 더불어 때로는 한장의 사진으로 어느 때는 속내를 드러낸 에세이로 거의 십년 가까이 등대를 찾아 다니고 있다. 힐링과 치유의 화두로 전국 방방곡곡의 등대를 만난다. 등대에 등 기대어 맨살을 부비다가 홀연히 울기도 하고 하염없이 웃기도 한다. 세월의 두께 덕분에 두권의 힐링등대 연애기를 세상에 태어나게도 했다.


부족하지만 등대와 연애하는 시인입네 하면서 수줍게 시집 두권을 출산하게 된 용기의 기원은 고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건지도 모른다. 고교시절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 푹 빠져 지내면서 훗날 시인이 되어도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고나 할까? 만해는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자 시의 스승이다.


특히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의 서문에는 '님 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것은 다 님이다'라는 <군말>의 한 구절이 나오는데 야릇한 그 대목에 푹 빠졌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사실 '기룬 님'에 대한 섬세한 속뜻을 가늠하지는 못했고 그저 톡 톡 튀는 리듬만을 좋아 했던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나이테가 늘어가는 동안 '기룬것은 다 님이다'라는 표현이 '그리운 것에 대한 고백' 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등대와 연애하면서 서서히 등대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진화했다고나 할까. 눈 앞에 보이는 등대만이 등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군말의 '기룬 님'을 떠 올리게 만든다. 그리워 하는 모든 존재는 다 님인 것처럼 등대도 그런 것이라는 사색의 연결고리 쯤으로 여겨도 좋겠다.


등대는 저 홀로 바다를 지키며 외롭게 서 있지만 누군가에게 참한 방향을 일러주는 갸륵함을 지녔다. 바로 그 갸륵함을 닮은 그리운 존재로서의 '기룬 님' 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등대와의 짜릿한 연애는 계속 될테지만 가끔은 등대보다 더 등대를 닮은 애인을 마주할 것이다.


언제라도 찾아가 등 기대고 싶은 소울 메이트. 힐링으로 숨 쉬고 치유의 감동으로 흠뻑 젖을 '등대 아닌, 오히려 등대보다 더 등대같은' 벅찬 인연을 기대한다. 설렘으로 가슴 한켠이 벌써부터 몽글 몽글해진다. 한강공원에서 발견한 큰 키의 송전탑이 바로 그렇다. 의젓한 높이로 서 있는 송전탑의 넉넉함이 먼 바다를 지키는 등대의 갸륵함과 무엇이 다르랴.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한강을 지키며 사방으로 방향을 일러주는 고귀한 높이는 온전한 등대이자 '기룬 님'으로 자리매김 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살랑 부는 한강의 바람 조차도 잠시 철탑에 쉬었다 간다. 코로나로 얽힌 답답함을 걸쳐놓고 조금은 가볍게 지나쳐도 좋다. 이 고통의 시간들 또한 반드시 지나갈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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