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처럼 살아가기 10]

제주 문수골, 삐딱이 등대와 사랑에 빠지다

by 에스더esther

“태풍이 다녀간 자리”

거친 태풍이 다녀간 자리, 제주 이호동의 지극한 바다를 만난다. 때로는 방파제 아득한 선율로 가만 가만 곁을 내어 주다가 또 어느 때는 무심코 푸른 물결로 넘실대는 곳. 그 바다 한 가운데 기울어진 등대가 서 있다. 삐딱이라고 이름 지어주니 사뭇 정답게 다가서는 모습이 더욱 더 사랑스럽다. 한참 동안 주변을 서성이며 그 순수한 각도 그대로 똑같이 삐뚤어지기로 작정해 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기 위해서는 가타부타 황홀한 언어로 장식하는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고 했던가. 그냥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봐 주기만 해도 된다고 했던가. 그러기에 어쩌면 지난 밤, 세찬 태풍에 마음을 다쳤을지도 모를 삐딱이 등대를 위해 고요한 몸짓 한 자락 건넨다. 홀로 다른 모습으로 기울어져 모진 바람의 상처를 고스란히 견뎌 내었을 그를 위해, 서툰 어깨춤 지긋이 기울여 함께 하늘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본다.

태풍에 기울어진 제주, 문수골 암초등대
삐딱이 등대와 사랑에 빠지다


“이호테우 해변, 붉은 정열과 순백의 감성이 어우러진 목마등대”

이호테우 해변은 요즘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젊은 층들이 이호테우를 찾는 더 각별한 이유는 붉은 정열과 순백의 감성이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황홀하게 빛내고 있는 목마등대를 보기 위해서다. 제주공항에서 제주시 방향으로 10여분 정도 자동차를 달리다 보면 ‘두둥’ 하고 나타나는 풍경.


현무암 검은 모래의 백사장이 정갈하게 펼쳐져 있는 이호테우 해변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는 커플등대. 그들 곁에 있으면 조근 조근 물결치는 바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 하다. 날이 흐리면 날이 흐린 대로, 하늘이 높으면 하늘이 높은 대로 총 천연색의 세월을 고스란히 껴안아 준다. 때로는 낚시꾼들의 아지트가 되어 굳건히 기둥처럼 버티고 있으면서 챙 넓은 하늘까지 보듬어 준다.

제주 이호테우, 커플등대

“성산 일출봉을 품은 광치기 해변”

무언가를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감탄’ 이라고 한다. 특히, 정신건강을 다루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감탄을 잘 하는 사람은 몸 속 엔돌핀이 맘껏 샘 솟아 인생을 좀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라고 강조한다. 바로 그런 감탄을 자연스럽게 분출할 수 있는 광치기 해변. 어스름한 새벽을 가르며 펼쳐지는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의 풍경은 그저 입술을 통해 아~~~ 하고 낮게 터지는 감탄을 부를 뿐이다. 방금 잠에서 깨어난 초록이끼는 바다의 푸른 빛과 경쟁 하듯 갈라진 광치기 해변의 백사장을 한 폭의 그림 처럼 사부작 사부작 채운다.

“들숨과 날숨처럼 함께 어우러지는 조화”

제주를 아름답게 만드는 이호테우 해변의 붉고 흰 목마등대와 성산 일출봉. 그리고 홀로 우뚝 선 일출봉을 고즈넉하게 감싸 안는 광치기 해변의 검은 모래 백사장과 초록의 이끼. 이들의 조화는 서로를 사랑하고 위로하며, 또한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힐링을 선물하는 제주의 보석이다. 마치 우리가 호흡하는 들숨과 날숨처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완전체들인 것이다. 들숨과 날숨이 함께 어우러지는 호흡이 될 때 비로소 생명 있는 것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그렇게 상생하는 평범 속의 진리를 제주의 풍경들에게서 무한히 배운다.


성산 일출봉을 품은 광치기 해변
초록이끼 다정한 광치기 해변

“김녕바다, 풍차가 전하는 아름다운 소통”

제주 김녕바다를 지나며, 반갑게 손 흔드는 풍차들의 배웅을 대한다. 이제 또 분주한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걸어야 하는 나그네를 향한 격려이다. 하늘 향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풍차들의 아름다운 침묵을 마주하니, 그동안 참으로 말을 많이도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어 뱉지 않으면 왠지 질 것 같고, 손해 볼 것 같다는 조급함에 서슴없이 사격하던 말의 총알들.


이제 조금은 가려서 말을 해야 할 때이다. 아니, 오히려 한 마디 한 마디를 명사수처럼 저격하고 싶은 충동을 경계 하자고 마음 먹는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을 꿀꺽 하고 삼킬 수 있는 용기를 가져 보려고 한다. 그때 비로소 더 큰 힘이 저축되리라 믿는다. 사람을 사랑하고 주변을 위로하며 스스로 힐링이 되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리라.


제주 김녕바다의 등대와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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