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 양철북
안개처럼 흩날리는 빗물이 두 사람
위로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
흩뿌리는 빗줄기 저쪽으로 어두운
시가지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을 뿐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
코페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져 빙글빔글 돌고 있는
듯 했다. ... 코페르는 물결처럼 흘러
가는 자동차 사이에서 자전거 한 대를
발견했다. 자전거에 탄 사람은 나이
어린 사내애였다. (p.16~17)
준이치. 오늘 네가 자동차 안에서 "사람은
정말 분자인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너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꽤 진지해 보였단다.
....
네가 느낀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이 넓은 세상의 분자란다. 다 함께
모여 세상을 만들고 모두 세상의 파도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을 들어본 적이 있겠지.
.....
너도 알고 있듯이 코페르니쿠스가 처음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세상은 정말 엄청
시끄러웠단다.....지동설을 주장한 책을
불태우면서 무척 심하게 박해를 했단다.
.....
그렇기 때문에 오늘 네가 스스로를 넓은
세상의 분자로 여겼다는건 정말 큰 사건
이란다. ... 네 인생의 관점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뀐 것이니까. ...(p.22~26)
너는 '그물코의 법칙'으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생각해봤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편안한 환경
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지만
실은 무척 단단한 '그물코'로 한데
이어져 살아가고 있단다. 우리가
그들의 삶을 잊고 우리만 행복하기
바라며 살아간다면 큰 잘못이야.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