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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esther Jul 16. 2023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 양철북

당돌한 질문? 당연한 질문?

<책 표지>

당돌한 질문일까? 당연한 질문일까?

어느 쪽이든간에  훅, 고른다.

어떻게 살거냐고, 묻는 그가 궁금하다.


1.  요시노 겐자부로


요시노 겐자부로는 20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편집인이다. 그는 1945년부터

1965년까지 잡지<세계>의 편집장을 지내며

민주주의, 인권, 평화 담론을 이끌었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대표작다.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에 출판하여
지금까지 '청소년 인생론의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자본이 인간성을 제압하는

시대에 더욱 절실한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소개 )



이상한 경험


이 책의 주인공은 코페르이다. 코페르는

별명이다. 그 별명이 어떻게 지어 졌는지

밝혀주는 대목이 첫 부분에서 묘사된다.


도쿄, 긴자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7층 빌딩

옥상에서 지나가는 전차와 자동차, 사람들,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던 코페르와 외삼촌.


안개처럼 흩날리는 빗물이 두 사람
위로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
흩뿌리는 빗줄기 저쪽으로 어두운
시가지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을 뿐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

코페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져 빙글빔글 돌고 있는
듯 했다. ... 코페르는 물결처럼 흘러
가는 자동차 사이에서 자전거 한 대를
발견했다. 자전거에 탄 사람은 나이
어린 사내애였다. (p.16~17)


외삼촌은 이 날, 긴자 거리를 내려다 보며

사람들을 '분자' 같다고 생각하던 조카를

떠 올리며 한 시간 반 가까이나 글을 썼다.


외삼촌의 노트에는 조카, 혼다 준이치를

수신인으로 삼고 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준이치. 오늘 네가 자동차 안에서 "사람은
정말 분자인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너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꽤 진지해 보였단다.
....

네가 느낀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이 넓은 세상의 분자란다. 다 함께
모여 세상을 만들고 모두 세상의 파도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을 들어본 적이 있겠지.
.....

너도 알고 있듯이 코페르니쿠스가 처음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세상은 정말 엄청
시끄러웠단다.....지동설을 주장한 책을
불태우면서 무척 심하게 박해를 했단다.
.....

그렇기 때문에 오늘 네가 스스로를 넓은
세상의 분자로 여겼다는건 정말 큰 사건
이란다. ... 네 인생의 관점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뀐 것이니까. ...(p.22~26)


외삼촌은 조카가 이 날의 경험을 잊어 버리지

않도록 준이치를  "코페르니쿠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느 사이엔가 "코페르"가

되었고, 준이치는 코페르니쿠스처럼 위대한

사람의 이름이 별명이 된게 기쁘고 즐거웠다.


책은 중학생인  코페르의 좌충우돌하는

학교생활을  흥미롭게 적고 있다. 공부는

1등이면서 장난 심한 코페르의 일상이다.


외삼촌은 중간, 중간 코페르에게 노트를

통해 기록을 남긴다. 명랑 만화처럼 펼쳐

지는 코페르의 학창 생활이 외삼촌의 글

에서 반짝이는 삶의 보석이 되고 있다.


그물코의 법칙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집안마저

어려운 친구, 우라가와를 도와 주는 조카에게   

'그물코의 법칙' 을 알려주는 외삼촌의 노트.



너는 '그물코의 법칙'으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생각해봤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편안한 환경
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지만

실은 무척  단단한 '그물코'로 한데
이어져 살아가고 있단다. 우리가
그들의 삶을 잊고 우리만 행복하기  
바라며 살아간다면 큰 잘못이야.
 (p.123)


한편, 코페르가 나폴레옹을 숭배하는걸

보고 놀란 외삼촌은 다시 노트를 펼친다.

나폴레옹의 출생에서부터 끝없는 욕망에

몰락하던 순간까지 기록하며, 영웅은 물론

 인류의 역사 진보에 대하여 일러준다.


외삼촌의 노트는 코페르에게 전해지고,

코페르는 다시 외삼촌에게 답례처럼 쓸

노트를 새롭게 적기 시작한다. 이 책의

마무리가 되는 코페르의 기록이 참 좋다.


"나는 온 세계 사람들이 서로

친한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인류는 지금껏 발전해 왔으므로

 머지않아 틀림없이 그런 세상이

거라고 믿어요. 내가 그런 세상에

도움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p.260)





2.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다.


팔십이 넘는 나이에도 열정을 쏟아 부어서

만든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영화.


그렇다. 바로 요시노 겐자부로의 작품과

같은 제목이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미야자키 하야오는 위의 책을 읽으면서,

초반의 내용에 강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제목을 그대로 가져 오기는 했지만,

영화는 오롯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몫이다.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그 어떤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던 미야자키 하야오.


국내에서는 언제 개봉될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열렬 팬으로서 오매불망 기다린다.



p s. 처음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이

궁금해서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는

그의 영화를 그저, 기다리는 중이었다.


지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감을 얻은

요시노 겐자부로의 책을 읽다가, 문득

코페르가 튀어나올 듯한  영화를 기다린다.


숨숨코치 에스더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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