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 D.day+100

Re_Move : 다시 움직이자

by 에스더esther


D.day+100일의 환희: 그리고 Re-Move 재도약의 선언


<벚꽃만발>


정년퇴직 후 100일이 지났다. D.day+100일을 맞이하고 있다. 감동이다. 달력에 특별한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축하 메시지를 기대한 날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침부터 마음 한 켠이 따뜻하고 다정하다. 창문을 열자 햇살은 여느 날과 같지만 이상하리 만치 깊고 따스했다. 바람도 어깨를 쓰다듬듯 가만 가만 귓가를 스치며 다가왔다. 마치 누군가가 내게 속삭이는 듯했다.


“수고했어요. 이제 다시 시작해봐요.”


D.day+100일, 누군가에겐 아무런 의미 없는 숫자일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전환점이다. 정년퇴직후의 D.day+10일째에는 나는 알람 없이 맞이한 아침이 어색했다. 그리고 이어진 D.day+30일째, 그리고 +50일째…. 이후에는 가슴 속 허전함과 싸우는 시간들이었다. 회의나 일정표가 빠진 달력, 울리지 않는 전화, 비어 있는 서류철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D.day+100일 동안은 내 안에 깊게 고여 있던 쉼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나라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숭고한 의식의 흐름이었다.


정년퇴직 후 D.day+의 날들이 채워지면서 일상은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매일 아침 감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한 줄이라도 글을 쓰고 있다. 오후시간에는 시장에 들러 먹거리 재료로 계절을 만끽하고, 미뤄 두었던 책을 펼치고, 낯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처음으로 필라테스 수업에 참여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모든 활동들이 'Re-Move', 다시 움직이는 삶의 씨앗이자 발아인 것이다. 퇴직은 결코, 끝이 아니다. 단지 내 삶에서의 역할과 관계의 구조가 바뀌는 사건일 뿐이다. 조직의 일부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을 선물로 받는 것이다.


이제는 분명하다. 나는 그저 그렇게, 단순히 쉬는 게 아니라 새롭게 나를 조율하는 중이다. 나는 이 시간을 ‘환희의 순간들’이라 부른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남과의 비교보다 나 다운 길이 중요하다는 걸 요즘 새삼스럽게 배운다. 마음 속, 빙산의 아주 깊은 곳에 있는 무의식이 가만 가만 들려주는 울림을 온 몸으로 느낀다. 나지막하게 읊조려 본다.


나는 앞으로의 삶에서, 나 다운 호흡을 품고 다시

움직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가 믿는 것들로, 내가

웃을 수 있는 것들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이제 나는 과거의 습관을 과감히 지우고, 새롭게 나아가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긴 침묵 속 온기를 느끼고, 익숙함을 떠나 새로움을 선택하는 용기를 연습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음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우렁찬 재도약의 선언을 해본다. 앞으로 다가올 D.day+1,000일, 그리고 D.day+10,000일을 맞이하며, 나는 여전히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움직인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귀한 여정을 함께 할 동행이 생긴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기에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에게 감히, 고백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나의 삶을 Re-Move하고 있습니다.”


<Re_Move>

p.s.봄날 화초를 들여놓았다. 안시리움과 쟈스민, 그리고

모히토라는 이름을 가진 초록의 생명들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정년퇴직 후 100을 기념하는 나만의 세레모니.


이제부터 더 중요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나 스스로를

격려하고 또 응원하면서 맞이하는 오늘, 100일의 소감이

특별하다. Re_Move, 다시 움직이기 위하여 화이팅!!!


2025. Dday+100일

esthe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