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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에스텔 Nov 01. 2024

나는 봤다. 풍경을 순식간에 바꾸는 마법을.

[예술일상] 아이모멘츠 <잉여의 도시>

거리예술은 이제 거리예술이 아니라 공공공간예술로 자신의 그릇에 맞게 이름을 바꿨다. 
답답한 극장을 탈출한 예술은 이제 우리의 모든 일상공간에서 옷을 갈아 입고 숨 쉬고 있다.
2024 샬롱거리예술축제 중 프랑스 샬롱의 채석장에서 펼쳐지는 공공공간예술 공연 |  photo by ester



얼마 전 사람의 쓸모를 고민하던 나는 오늘 잉여의 도시에 초대 받았다. 서울역 세븐일레븐 앞에서 안내자를 따라 잉여의 도시로 한 걸음 한 걸음 이동했다.

잉여의 도시로 가던 길, 어느 공터에서 본 헌 캐리어 무더기에서 결국은 도시에서 밀려나버린 누군가의 삶을 보았고 다리가 잘리고 부서져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의자에서 이제는 쓰임을 다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씁쓸해진 어느 노인을 마주했다. 찢기고 고장난 우산들, 존재하지만 이제는 필요 없는 것들, 이것들의 쓰임, 그 수명은 누가 결정했나.



잉여의 도시에 도착한 뒤부터는 갑자기 같은 길도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걸어다니며 공연을 감상하니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등장인물로 보였다.



평소였다면, 그저 피하고 지나갔을 허공을 바라보고 소리 치고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는 사연이 있는 동네 할아버지로 짐작할 수 있었고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천-천히 끌고 가는 할머니를 보고 저기엔 뭐가 들었는지, 어디서 장을 보셨는지 궁금해졌다.


왓츠인마이장바구니, 요즘노인복지관핫이슈, 할머니의루틴.. 등등 컨텐츠 이름을 지으며 키득키득 장난스런 웃음이 볼을 찌릿 움직였다.


잉여의 도시에서 나와 인간의 도시로 간 나는 생각했다. 공공공간예술의 매력이 이것 아닐까. 우리가 모두 각자의 무대에선 주인공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그렇기에 다른 무대 위 주인공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공공공간예술은 단순 미적 예술의 영역을 넘어선다.


우리나라 공공공간예술축제에서 이걸 경험하고 싶다. 아주 즉각적인 오락성도 좋지만, 극장을 탈출한 극이 펼쳐지는 공연도 경험하고 싶다. 나는 공공공간예술이 정말 좋다...정말로 제대로 된 공공공간예술을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마구 침범하는 작품이 쏟아지길 희망한다.


관객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이 예술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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