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이면 나의 정체성은 잠시 달라진다.
피아니스트도, 베이킹 강사도 아닌, 아이들의 레슨 라이드 운전기사가 된다. 악보 가방과 악기를 챙겨 아이들을 태우고 보스턴 시내로 향하는 길,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그 속에서 늘 새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오늘도 아이들을 내려주고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앞을 지나가는데, 길모퉁이의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Be Dynamic."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요즘 나의 삶이 꼭 연습 중인 악보 같아서일까. 크고 작게, 예고 없이 울리는 셈여림—때로는 갑자기 커졌다가, 또 어느새 작아지고,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감정들. 그 모든 변화가 악상기호처럼 느껴졌다.
살아가다 보면 도무지 구조가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하는 혼란 속에서, 답이 보이지 않는 시간들. 마치 처음 연습하는 곡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불협화음처럼,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당황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의 사건과 감정들이 하나의 음악적 흐름 속에서 자리 잡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연습할 때는 낯설고 어렵던 음이, 나중에 전체 곡을 완주했을 때 비로소 꼭 필요했던 음표였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처럼 말이다.
베이킹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반죽을 치대는 손의 강약, 오븐의 온도와 시간, 심지어 그날의 습도까지도 빵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처음에는 실패작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삶도 그런 것 같다.
음악을 가르치며 만나는 아이들 역시 저마다의 다이내믹을 가지고 있다. 어떤 아이는 피아니시모처럼 소심하게 건반을 누르다가, 점차 자신감을 얻어 포르티시모로 연주하게 된다. 또 어떤 아이는 처음부터 큰 소리로 치다가, 섬세한 표현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며 다양한 셈여림을 익혀간다.
아이들을 태우고 오가는 길 위에서, 나는 삶이란 곡을 연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리듬과 셈여림 속에서 흔들리지만, 결국은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어우러질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변화에 당황하기도 한다. 갑자기 커지거나 작아지는 인생의 볼륨,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템포 속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를 더 성숙한 연주자로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내 삶의 악보도 아직 미완성이다. 앞으로 어떤 선율이 펼쳐질지, 어떤 화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다이내믹이 언젠가 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가 있다.
오늘도 나는 내 셈여림대로 살아본다. 때로는 피아니시모처럼 조용히, 때로는 포르티시모처럼 웅장하게. 삶의 다이내믹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면서.
Be Dynamic. 그 문장은 오늘 내 하루를 지휘하는 지휘봉처럼,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