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반죽에서 배운 삶의 비밀

by 에스더베이킹


나는 빵 반죽을 할 때마다 작은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볼에 담긴 밀가루 위로 물과 이스트를 부으면, 아

직은 흩어진 재료들이지만 손끝으로 치대는 동안 하나의 덩어리로 변해간다. 거칠고 뻣뻣하던 반죽이 차츰 매

끄럽게 바뀌는 순간, 내 마음도 덩달아 정돈되는 듯하다.


처음 베이킹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단순히 레시피만 따라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같은 재료, 같은 분량으로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습도나 밀가루의 종류, 심지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도 반죽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보여주는 반죽 앞에서 나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죽을 하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많았다. 물의 양을 조금만 잘못 맞춰도 질척해지고, 손이 서툴면 모양

이 흐트러졌다. 처음에는 손에 들러붙는 반죽을 억지로 떼어내려 애썼지만, 경험이 쌓이며 기다리는 법을 배웠

다. 시간이 지나 글루텐이 형성되면 반죽은 저절로 매끄러워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억지

로 해결하려 들면 더 꼬이는 일들이,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효는 늘 나를 가르쳤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반죽 속에서는 이스트가 천천히 숨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시간을 건너뛰면 빵은 제 맛을 낼 수 없다. 처음 발효를 배울 때는 기다림이 답답해 온도를

높여 억지로 부풀리려 했지만, 그 결과는 속이 텅 빈 빵뿐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발효는 단순히 크기를 키

우는 과정이 아니라, 맛과 향을 깊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기다림은 곧 성장이었다.


실패도 많았다. 소금을 빼먹어 밍밍한 빵을 만든 적도, 오븐 온도를 잘못 맞춰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은 빵을 꺼

낸 적도 있었다. 어떤 날은 그대로 버리며 좌절했지만, 또 다른 날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용기를 얻었다. 실패

한 빵을 브레드 푸딩으로 만들거나 딱딱해진 빵을 빵가루로 활용하면서, 잘못된 순간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

작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온라인 베이킹 클래스를 열면서는 더 많은 걸 깨달았다. 수강생들이 실패한 빵 사진을 보내며 좌절할 때마다, 나는 내 초기의 실패담을 들려준다.

“제 첫 바게트는 돌덩이 같았어요", “크루아상 처음 만들 땐 버터가 다 녹아 쿠키가 됐죠.”라고 말하면, 화면 너머의 얼굴이 금세 밝아진다. 그 순간 실패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 된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위로받는 이 시간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작은 공동체다.


빵은 나에게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반죽은 나를 다듬게 하고, 발효는 기다림을 가르치며, 실패는 다시 도전할

힘을 준다. 그리고 수업은 나눔과 위로가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준다.


나는 오늘도 반죽을 한다. 주방 가득 퍼지는 따뜻한 향기 속에서 내 삶을 돌아보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긴

다.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쳐 있을 때, 내 빵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반죽이 결국 빵이

되듯, 우리의 삶도 많은 슬픔과 기쁨을 통해 다듬어 지면서 선한 향기를 낼 수 있는 그런 인생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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