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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니아 Oct 18. 2019

[단편 동화] 몽키와 땡글이의 우주여행

#1


“저 멀리 시대에 뒤처진 은하계 서쪽 소용돌이의 끝(western reaches,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그 변두리 지역(unknown regions)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노란색 항성이 하나 있다. ”  

이 항성의 한 귀퉁이 토끼 모양 봉우리에 ‘몽키’라는 원숭이가 살고 있었어요.

몽키는 태어난 지 열흘 되던 날 엄마 젖을 빨다가 하늘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별을 보고 저 위에 뭐가 있는지 무척 궁금했어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 비행사가 되는 꿈을 꿨지요.


작년에 ‘전지구 우주비행사 선발대회’에 당당히 합격해서 출발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낙하산 타고 내려온 남자 사람에게 그만 밀리고 말았어요. 우주선 좌석은 달랑 5개뿐인데 그 녀석 때문에 몽키 자리가 사라지고 만 거예요.


우주여행의 꿈이 물거품이 되자, 몽키는 가출을 해서 옥토끼 우주센터로 달려왔어요. 아기 때부터 천방지축 멋대로 굴던 몽키인지라 가출을 결심하는 데 일초도 안 걸렸어요. 지금은 옥토끼 우주센터 지하 1층 캡슐 음식 저장고에 숨어 살면서 우주선 몰래 탑승 기회를 엿보고 있답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세 달째 캡슐 음식만 먹으려니 지겹다...

집에 가서 바나나랑 코코넛이랑 배 터지게 먹고 싶은데, 꾹 참자!

이제 두 밤만 자면 꿈에 그리던 우주로 고고씽~~~

우헤헤헤헤”  


아보카도 향 캡슐 음식 뚜껑을 여는 순간,  하고 천장에서 큰 덩어리가 굴러 떨어졌어요.  



image from Pixabay


“아 짜증 나! 되게 아프네... 도대체 여긴 어디야?”


바닥에 떨어진 물체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어요. 예쁘장하게 생긴 단발머리 여자 아이가 머리를 문지르며 앉아 있었어요.  


“내가 묻고 싶은 게 바로 그거야. 넌 누구?

어디서 굴러 떨어진 호박 넝쿨이냐고?”


“난 서울 우주초등학교 4학년 사랑반 이 땡글이다.

 원숭이, 넌 누구야? 대체 여긴 어디?”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땡글이는 까칠하게 말했어요.  


“여긴 옥토끼 우주센터 지하 1층 음식 저장고야.

넌 서울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건데?”


“학교에서 오늘 현장학습 왔어.

VR 체험실에서 ‘만지지 마시오’ 버튼을 몰래 눌렀는데 여기로 떨어져 버렸네...

아.... 뒤통수가 깨졌나 봐. 되게 아파.....”  


얼굴을 잔뜩 찡그린 땡글이가 안쓰러워 몽키가 꼬리를 슬그머니 뻗어 땡글이 뒤통수를 슥슥 문질렀어요. 땡글이가 몽키를 3초간 노려보더니 입가에 슬쩍 미소를 띠었어요. 둘은 마주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답니다.  


“근데 원숭이 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몽키는 어떤 머저리 같은 녀석에게 우주비행 좌석을 빼앗긴 것과 이틀 후에 몰래 우주선을 탑승하려는 비밀까지 좌악 다 얘기했어요. 땡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기울이자 몽키는 신이 났어요. 3개월 동안 숨어 있느라 얘기 나눌 친구가 없었거든요.   


“우주에는 별들의 도시인 은하가 있어.

그것도 아주 많아. 타원형, 나선형, 불규칙형...

은하마다 생긴 모양도 다 달라.


땡글이 너 그거 알아? 은하도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데. 태어나서 살다가 병에 걸리고 늙어서 죽는데. 내가 좋아하는 은하가 죽기 전에 얼른 가봐야 해.”  


“넌 어떤 은하에 가고 싶은데?”  


“은하는 아름다운 모양과 빛으로 우주를 수놓는데, 그중에서도 미모를 뽐내는 은하가 몇 개 있지.

안드로메다, 솜브레로, 소용돌이, 검은 눈, 그리고 은하 M81!

이렇게 다섯 개 은하를 모두 여행하는 게 내 목표라고. 히히히~~~”  


“제법인데...” 

땡글이 눈이 빠직 빛났어요.






(2편에 계속될 예정입니다.)


* 글쓰기 모임에서 우주여행을 소재로 황당 발랄한 이야기를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초등 4학년인 딸과 이야기 나누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쓴 글이에요.


갱년기 엄마와 3.5춘기 딸이 함께 쓰는 동화로 이어가 볼까 하는데 어떨는지...


<댓글> 의견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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