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운전 일지 #1
태어나고 뉴욕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성인이 되어 미국에서 산 지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오레곤에서 대학을 졸업 후, 시애틀에서 몇 달간 지내며 운전을 시작했고 엘에이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매일 회사를 다니며 운전을 하는 평범한 성인의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하루에 약 3시간, 46마일 정도를 엘에이의 폐부를 뚫는 110 고속도로 위에서 보낸다. 처음 회사를 옮기며 긴 출퇴근 시간, 다운타운을 지나며 맞닥뜨리는 끝없는 차 막힘에 적응하느라 꽤 고생을 했다. 길이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 큰 사고를 겪어 폐차까지 했고, 패스트트랙 인원 설정을 3명으로 해놓고 운전하는 꾀를 부리다가 교통경찰에게 잡혀 $150불에 달하는 벌금 티켓을 먹기도 했다.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나라, 특히 그중에서도 이 도시는 수많은 영화에서 막히는 고속도로 위의 시간과 사건으로 표현되고는 한다.
그렇게 힘들었던 적응의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운전을 하며 보내는 시간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예 아침 6시에 출발을 하여 회사 앞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한다던가, 5시 퇴근 시간 이후 회사에 남아 공부를 하던지 글을 쓰며 러시아워를 피한다던가. 그냥 제시간에 운전을 하기로 택하는 날에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기도 하고, 꽉 막힌 고속도로 뒤로 보이는 엘에이의 풍경을 보며 새삼스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운전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나는 홀로 차 안에서 있을 때야 말로 진정으로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지고는 한다. 그 시간 동안에는 수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며 모든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루에 너무 많은 시간은 길에서 버리는 것은 아니냐며 주변의 걱정을 듣고는 한다. 몸이 고될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 시간도 내게 익숙하고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스쳐가는 생각들, 도착지에서 시동을 끔과 동시에 잊혀버리는 길의 모습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살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