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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Jun 22. 2024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글로벌 시대에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다. 고민을 하는 석박사들에게.

동네 산위에서 본 풍경 - 노르웨이로 옮기고 가장 마음에 드는건 산 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새 노르웨이로 이사를 온지 6개월이 다되어 간다. 12월에 도착했으니깐 모든 날짜를 계산하면 무려 7개월이다.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어서 좋기는 한데 또 사람 마음이 그렇듯이 일 시작 6개월만에 다른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진로와 내가 원하는 생활 환경 등 여러가지를 생각하다가 중요한 부분들을 적어봤다. 해외 여러 곳에서 일을 했거나 해외가 아니더라도 직장을 바꿔서 일하고 싶은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지역

환경이라고 적으려다가 지역이라고 적었다. 학자들은 이리저리 나라를 옮겨다는게 흔해서 만나면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고 말이 많다. 재밌는건 각자 기준이 다르다. 누구는 날씨가 중요하고 누구는 가족과의 거리가 중요하다. 누구는 그 특정 지역의 문화가 중요하다. 나의 경우 문화는 미국 및 서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권을 선호하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차분한 중소도시를 선호한다. 다른 기준들은 많이 더하지 않기로 했다.


2. 사람

예전에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이름과 명성만 보고 골랐다가 약간 후회한적이 있었다. 그 뒤로 어딘가에서 일을 할때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 왠만하면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 좋다 - 그곳의 노동 문화가 좋다는 증거이다. 행복까지 바라기 힘들다면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정도로도 족하다. 여러가지 친목 활동이 없어도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곳이면 족하다. 물론 예전 경험들을 통해서 느낀건 친목 활동이 없으면 직장에 정이 덜 가고 옮길 생각을 쉽게 하게되는 것 같다. 기왕이면 정 붙이고 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3. 이민이 쉬운 나라

이것도 미국 독일 노르웨이를 거치면서 느끼게 된 점이다. 노르웨이에 오고나서 독일이 이민자에게 매우 편한 나라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문서가 영어로 되어 있지 않아서 불만이 폭발했었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민자에게 편한 환경은 1) 도착 직후 빠른 정착이 쉬운 나라 - 이민자의 구직, 거주지 선택에 제한이 없는 나라 2) 이민자의 여러 행정처리 가격이 저렴한 곳 이다. 그리고 만약에 일자리를 바꿀 생각을 한다면 노동 비자 종료시 조건들에 대해서도 알아보는게 중요하다. 짐작컨대 독일이 가장 유연한 이민 정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종사하는 분야는 유독 미국 유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일에서 산 이후로 독일을 추천한다. 독일어에 일찍 투자를 해서 독일어에 불편함이 없다면 노동 이민하기 매우 좋은 나라이다.


나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로 적었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고민이 간단해진다. 배우자의 직장 근처에서 살아야되는 경우가 많을거다. 싱글로 산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이렇게 머리가 아파진다.


이제는 일 그 자체와 연관된 구체적인 기준들을 생각해보았다.


4. 나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


1) 어떤 연구를 하고 싶니


연구자들이라고 대학과 연구소에서만 일하는게 아니다. 이공계인 경우 사기업으로 빠져서 사기업을 위해서 연구를 할 수도 있고 인문사회계열의 경우에도 정부 기관 혹은 싱크탱크 등 일할 수 있는 곳들은 다양하다. 다만 그렇게 되는 경우 어떤 연구를 하게 되느냐가 바뀌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의 전공과 얼마나 맞닿아 있나?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인가? 를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떠오르는 케이스가 정치학 박사를 했는데 국가 기관에서 정책 연구를 하게 되는 경우이다. 실제 정책을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실행할 것인가를 연구하기 때문에 이론적이라기 보다는 조금 더 경험적인 연구를 하면서 실제 정책의 실천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다. 정책 연구라고 멀리서 하는 연구도 있고 이렇게 가까이 할 수 있는 연구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론을 더 좋아하고 정책도 한가지 분야의 정책을 연구하는걸 좋아한다면 상아탑이나 국가 기관이 아닌 곳에 있는게 좋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전공과 매우 밀접한 일이긴 하는데 5-7년 뒤에 무엇을 하게 되느냐 를 보면 확연이 달라진다.


연구에 도움이 되는 환경 또한 중요하다. 그랜트를 딸 수 있는 환경인지 다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인지 이런 것들이 사람에게 긍정적인 진취적인 자극을 준다. 아무리 이름이 있고 좋은 지역에 있는 연구소, 대학이더라도 부서와 학과 사람들이 딱히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연구 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티칭이 좋으니 안 좋으니


연구자들 중 대학 교수가 많은데 이런 경우 티칭이 좋으니 안 좋으니에 따라서 진로가 갈린다. 티칭 로드가 적은 학교도 있고 많은 학교도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적당한걸 좋아하기 때문에 현재 있는 곳이 선호 되고 그래서 누가 매우 매력적인 아름다운 지역으로 와서 티칭을 해달라고 해도 만약 많이 해야한다면 가지 않을 것이다. 티칭의 양에 따라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연구도 갈리게 된다.

돈 받으면서 매일 이렇게 살 수 있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연구자로 잊혀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론적으로 적당한게 좋을 것이다. 사실 학자라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적당한 티칭과 적당한 연구를 요구하는 곳을 좋아한다. 극도로 양질의 연구를 요구하는 곳이나 학생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극단적인 특징이 있는곳은 인기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곳들이 자기들의 요구는 적당하다고 선전한다는 것. 이런걸 잘 살펴서 다음에 일하고 싶은 곳을 선택해야할 것이다.


본인이 석박사 소지자가 아니고 연구를 1-2페이지 보고서 쓰는걸로 생각한다면 - 본인은 이 내용에 해당사항이 없다! 그냥 재미로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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