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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Jan 31. 2024

가사(家事)

어느 나라에서 살든 가사는 싫다

나는 가사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을 난장판으로 두지 않고 그저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소질과 깔끔 정도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진리는 한 가지 있다. 가사를 싫어한다.

정리를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찍어놓은 내 책상.

바닥 쓸기,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이런 건 싫더라도 한다. 아까 쓴 거처럼 은근히 치울 때는 깔끔하게 하는 편이라 꾹 참고 한다. 하지만 요령이 없는지 하다가 힘들어! 외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들 때문에 자잘한 습관이 생겨버릴 정도이다.


1. 쓰레기봉투 찢어질 때

살면서 여러 종류의 쓰레기통을 써봤지만 그중 정말 안 맞는 쓰레기통은 커다란 부엌용 쓰레기통. 이런 기다란 통의 단점은 안에 용량이 많아지면 꺼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꺼낼 때 쓰레기봉투가 찢어져서 절망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어서 쓰레기도 더 자주 비우고 튼튼한 가격 더 나가는 쓰레기봉투를 의식적으로 사게 되었다.


2. 재활용 너무 많을 때

참을성 있게 차곡차곡 갖고 나가면 되는데 급한

마음에 여러 개 엉성하게 들고나갔다가 균형이 무너져서 박스고 나발이고 내동댕이 쳐진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전부 내려놓고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이 그렇게 절망스러울 수가 없다. 아니, 균형 잘 잡고 가다가 박스가 떨어질 때부터 절망적이다.


3. 물때 많을 때

독일은 수돗물에 미네랄이 많아서 물을 쓰고 나면 금방 하얀 얼룩이 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걸 그냥

방치했더니 지우느라 팔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자주 지워주고 장비를 사자. 이게 답이다. 전동솔을 꼭 구비하려고 한다.


종합했을 때 괴로움 1위는 3번이다. 벽 솔질을 아래 위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다렸다가 닦아야 해서 고통스러웠다. 2위는 1번이다. 쓰레기가 흘러내리면… 그냥 괴롭다. 구멍이 더 커지지 않기를 속으로 되뇌면서 찢어진 부위를 부여잡고 빨리 쓰레기통으로 뛰어간다. 차라리 먼지 청소와 때청소를 하겠다.


유럽으로 이주한 이후 재활용 꼬박꼬박 반납하기 등 새롭게 익혀야 할 가사가 있었다. 앞으로 더 요령이 생겨서 프로가사러로 거듭나고 싶다. 프로!

팔 떨어지게 청소했던 독일집. 사진으로 남겨놓으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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