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 살든 가사는 싫다
나는 가사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을 난장판으로 두지 않고 그저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소질과 깔끔 정도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진리는 한 가지 있다. 가사를 싫어한다.
바닥 쓸기,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이런 건 싫더라도 한다. 아까 쓴 거처럼 은근히 치울 때는 깔끔하게 하는 편이라 꾹 참고 한다. 하지만 요령이 없는지 하다가 힘들어! 외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들 때문에 자잘한 습관이 생겨버릴 정도이다.
1. 쓰레기봉투 찢어질 때
살면서 여러 종류의 쓰레기통을 써봤지만 그중 정말 안 맞는 쓰레기통은 커다란 부엌용 쓰레기통. 이런 기다란 통의 단점은 안에 용량이 많아지면 꺼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꺼낼 때 쓰레기봉투가 찢어져서 절망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어서 쓰레기도 더 자주 비우고 튼튼한 가격 더 나가는 쓰레기봉투를 의식적으로 사게 되었다.
2. 재활용 너무 많을 때
참을성 있게 차곡차곡 갖고 나가면 되는데 급한
마음에 여러 개 엉성하게 들고나갔다가 균형이 무너져서 박스고 나발이고 내동댕이 쳐진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전부 내려놓고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이 그렇게 절망스러울 수가 없다. 아니, 균형 잘 잡고 가다가 박스가 떨어질 때부터 절망적이다.
3. 물때 많을 때
독일은 수돗물에 미네랄이 많아서 물을 쓰고 나면 금방 하얀 얼룩이 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걸 그냥
방치했더니 지우느라 팔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자주 지워주고 장비를 사자. 이게 답이다. 전동솔을 꼭 구비하려고 한다.
종합했을 때 괴로움 1위는 3번이다. 벽 솔질을 아래 위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다렸다가 닦아야 해서 고통스러웠다. 2위는 1번이다. 쓰레기가 흘러내리면… 그냥 괴롭다. 구멍이 더 커지지 않기를 속으로 되뇌면서 찢어진 부위를 부여잡고 빨리 쓰레기통으로 뛰어간다. 차라리 먼지 청소와 때청소를 하겠다.
유럽으로 이주한 이후 재활용 꼬박꼬박 반납하기 등 새롭게 익혀야 할 가사가 있었다. 앞으로 더 요령이 생겨서 프로가사러로 거듭나고 싶다.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