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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이 Dec 06. 2023

ep1. 조직문화, 너네 무슨 일 하는데?

  회사는 문과 직무를 크게 영업, 마케팅, 재무회계, 인사총무 네 가지로 나눈다. 물론, 해외영업, 서비스기획, 구매 등 더 다양하고 세부적인 직무가 있다. 게임에서 직업을 선택한 후, 레벨을 올리며 세부 직업으로 전직을 하듯, 신입사원이 지원할 수 있는 큰 범주의 직무는 네 가지라고 보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조직문화라는 직무는 인사총무 직무 중에서도 교육(인적자원개발/HRD)에 속한 조그마한 업무 중 하나였다. 채용 사이트에도 교육 직무 채용글을 클릭해보면, 담당 업무에 조직문화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도와 중요도가 크게 증가했다. MZ세대가 입사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 더 이상 급여와 보상이 아닌 조직문화라는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규모가 있는 기업은 조직문화라는 직무로 별도 신규 채용을 하기 시작했고, 링크드인과 같은 구직 사이트에서도 조직문화 직무 관련 경력자 채용 공고도 이전과 달리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관심도의 증가에 반해, 사내 임직원의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은 처참하다. 대다수는 조직문화를 임직원 대상 이벤트를 진행하는 부서 정도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근무하다 보면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부서로 발령을 왔을 때를 돌이켜보면,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는 부서다'라는 우스갯소리 섞인 축하를 받기도 했고, 근무를 시작하고 나서는 밑도 끝도 없이 올라오는 익명 커뮤니티의 저격글과 인력 낭비라는 주변의 시선 등 회사의 공식 동네북이 된 듯했다. 나도 하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부서에 오기 전까지 조직문화 직무에 대한 시선은 달갑지 않은 것을 너머 무관심 그 자체였다. 조직문화 너네가 캠페인을 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설문조사를 해도 나는 그저 나의 길을 간다는 느낌이었다 해야 할까?




  하지만,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나서 느낀 점은 조직문화에 배정된 인력 대비 밀도 있는 업무가 기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에 자세히 풀겠지만, 나는 조직문화 업무를 '효과의 즉시성'을 기준으로 3가지 범주로 나누어 이야기하려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단기간 내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업무와 장기간 끌고 가며 천천히 결과가 나오는 업무, 양 극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사기진작을 위한 이벤트는 전자, 회의/보고 문화 개선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가 생각하는 조직문화의 업무는 전자다.


  비교적 중장기적 업무에 속하는 캠페인이 경우에도, 기획하고 제도를 시행하면 끝이지 않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적절한 예시가 아닐 수 있지만, 실내 흡연을 생각해보자. 지금은 음식점에서 흡연을 하는 것이 당연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09년 100미터 제곱 이상 면적의 음식점에서 금연이 공식화된 이후, 실내, 실외 공공장소까지 흡연 금지구역이 확대되는 데 10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이를 조직문화로 비틀어보면, 실질적으로 회의문화라는 주제로 제도가 시행되거나 캠페인이 진행될 때, 전 직원에게 공감을 얻고, 문화가 전파되고, 실제로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까지의 여정을 상상해 보자.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수백 년 동안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조직문화가 손바닥 뒤집듯 단번에 바뀔 수 없다. 그동안 지켜온 구문화와 이식하려는 신문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밀고 당기며 합의점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조직문화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어렵고,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조직문화 업무는 임직원 이벤트를 진행하는 부서, 조직문화와 관련된 인식 개선을 하는 부서 등 무 자르듯 이야기할 수 없다. 단기, 중장기적 계획을 모두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호기심 많은 천성 덕택에, 내가 주도적으로 실행한 업무뿐만 아니라 이 외의 업무도 서포트하며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5년 차 직장인이라는 부담감에 1년 동안 부서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업무를 체득하려 했다. 조직문화에 단기, 중장기적으로 어떤 업무가 있고, 진행하는 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결괏값이 도출됐는지 추후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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