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연(三釜淵)
바위의 무게보다 무거운 폭포는
소리가 작았다가 커졌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느린 듯했다가 빨라지는 물줄기를 가진
수직의 폭포는 오를 수 없는 단애를
그림자가 깊은 벼랑을
완강한 절벽을
골짜기에 넣고 항아리처럼 품는다
세 번 꺾일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물줄기가 다른 소리로 울린다
바위는 돌을, 돌은 자갈을
자갈은 모래로 구른다
침묵하여 가라앉은 소리보다
울지 못한 소리가 많아 크게 들린다
부서지는 모래의 흐름은 자갈이다
자갈 속에 갇혀 돌을 굴리고
돌은 절벽을 깎아 바위를 꺼내
명주실 한 꾸러미보다 깊은 못을 만들고
흘러넘친 물은
소리쳐 부르는 돌의 노래, 돌의 마음, 돌의 사랑
골짜기의 경계가 사라질 때까지
바위를 둥글게 돌려가며 깎는
폭포의 울림은 작아졌다 커진다
물살이 굽이치고 흘러내려 만든 가마솥 같은 못 세 개가 보인다. 삼부연 그림 속 물줄기는 한 번 꺾이고 두 번 꺾이며 세 번 꺾어져서 떨어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폭포다.
겸재 정선의 심미안은 이곳 삼부연에서도 드러나 실제 풍경을 호방하고 웅장하게 재구성하였다. 수직의 바위벽은 힘차게 내리찍은 듯한 필법이다. 물줄기는 빗줄기처럼 리듬감이 있어 폭포 밑에 깊게 파인 둥근 물웅덩이에서 거친 물보라가 흩어지면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폭포 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못 물에 붓을 담그면 차가운 기운이 감돌 것 같다.
삼부연 그림은 화면의 바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시원한 물줄기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숲과 폭포 아래 바위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림 오른쪽에는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계단처럼 그려졌고 바위의 모습이 둥글게 혹은 동글동글하여 겸재 정선만이 가진 특유의 필치도 엿볼 수 있다.
한탄강 지질공원에 속한 삼부연폭포는 명성산 중턱의 화강암 지대에 위치한 높이 약 20m의 3단 폭포로 화강암이 흐르는 물에 의해 오랜 기간 깎여져서 만들어졌다. 삼부연폭포 하단의 벽면에서는 현재 물이 떨어지는 물줄기 옆으로 둥글고 매끈하게 깎여 나간 부분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물줄기의 흔적이 여러 개 관찰되는 것은 옛날의 폭포 위치가 오늘날과 달랐음을 말해준다.
폭포 아래가 가마솥처럼 움푹 들어가 있어 가마솥 ‘부(釜)’ 자를 써서 삼부연(三釜淵) 폭포라 불린다. 면암집, 완당전집, 낙성당집, 동주집, 문곡집 등에는 삼부연과 관련된 시와 문장이 전한다. 한편 삼부연이란 이름으로 호를 지은 사람은 조선의 성리학자이며 시인이었던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이다.
‘해악전신첩’의 <삼부연> 그림에 부친 삼연 김창흡의 글이다.
巨壁玄潭 三級成瀑 龍蟄于下 士棲于上 (거벽현담 삼급성폭 용칩우하 사서우상)
거대한 절벽 검은 못은 삼 단으로 폭포를 이루었으니 용은 아래에 숨고 선비는 위에 깃들었네
庶同其德 而終竊其號而已耶 (서동기덕 이종절기호이이야)
두루 그 덕을 함께 하련만 끝내 그 이름만 훔쳤을 뿐이구나
다음은 사천(槎川) 이병연이 쓴 <삼부연>에 대한 제화시다
上釜落中釜 (상부낙중부)
위 솥은 가운데 솥에 떨어지며
波濤下釜懸 (파도하부현)
물줄기는 아래 솥에 걸린다
仰看全一壁 (앙간전일벽)
올려다보면 전체가 하나의 벽
誰得竅三淵 (수득규삼연)
누가 삼연이라 했을까
太始思龍攫 (태시사룡확)
태초에 용이 움켜쥐었다던
千年驗溜穿 (천년험류천)
천년 물이 파냈다네
無由問造化 (무유문조화)
이 조화 묻지 못하고
倚杖獨茫然 (의장독망연)
지팡이에 기대어 홀로 망연하다
고전번역원 DB
간송미술관
국가지질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