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호관어(杏湖觀漁)
배가 몰려오자
나는 새 떼를 쫓아간다
강물 위에서 노를 젓고
햇살을 골라내듯 그물을 털며
수평선의 새 떼를 쫓아간다
강물을 보면 푸른 산이 생각나고
푸른 산을 보면 하늘이 파랗고
하늘을 보면 또 강물이라
그물을 건진다 그물을 올린다
출렁출렁 흐드러진 버드나무 가지이며
갈대숲이 물결치는 행주나루
강물에 구름이 떠밀리거나
안개가 그 위를 덮거나
물론
새들이 날개를 두고 나는 일은 없겠지만
웅어는 갈대숲에 모여든다
별일 아닌 것처럼
물살이 흔들리는 모래밭에 앉아
한 무리 새 떼의 날개 속에
나는 지금 산란하는 중이다
春晩河豚羹(춘만하돈갱)
늦봄에는 복어국
夏初葦魚膾(하초위어회)
초여름엔 웅어회
桃花作漲来(도화작창래)
복사꽃 가득 흘러 내려올 때
網逸杏湖外(망일행호외)
행주 앞 강에 그물 치기 바쁘네
행호관어는 겸재 정선이 그린 한강 주변의 풍경 가운데 한강의 가장 하류를 그린 그림이다.
상류에서 용산과 노량진, 양화를 흐른 한강은 양천 앞에 이르면 맞은편의 수색, 화전 등 저지대를 만나 강폭이 갑자기 넓어진다. 이 때문에 창릉천이 합류한 행주산성 앞의 한강을 행호(杏湖)라 부른다. 행호라는 이름은 상류에서 흘러온 한강 물이 이곳에 이르면 물살이 느려지고 강폭이 넓어져서 마치 호수와 같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개화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방화대교 옆으로 강 건너 행주산성이 손에 잡힐 듯하다. 그림 속 덕양산은 고양시 덕양구 행주동에 있는 산으로 행주산성이 있으며, 한양의 풍수지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산중 하나이다. 그 덕양산 중턱에 양반들의 별장인 낙건정(樂健亭)과 귀래정(歸來亭)이 보이고 강변 쪽의 버드나무들이 한가롭다. 멀리 삼각산도 보인다. 행주산성 아래 강 위에서 어선들은 갈대밭에 숨은 웅어잡이가 한창이다. 제화시의 내용으로 보아 이 그림은 1741년 봄에 그린 것으로 짐작된다.
한강 중간에는 곳곳에 섬이 있는데 현재의 장항 습지를 그린 것으로 겸재 정선이 바라본 소나무와 기암절벽, 버드나무,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도 그대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제어의 속명은 위어(웅어)인데 한강 하류 고양, 행주에서 잡힌다.(鮆魚俗名葦魚 産漢江下流高陽幸洲)" 라고 웅어에 대해 기록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양화도 아래에서 웅어가 잡힌다고 다음과 같이 기록된 것을 찾을 볼 수 있다.
땅이 기름지고 메마른 것이 반반 되며, 간전(墾田)이 1천8백77결(結)이다. 【논이 3분의 1이 넘는다.】 토의(土宜)는 벼ㆍ조ㆍ기장ㆍ피ㆍ콩ㆍ수수ㆍ팥ㆍ녹두ㆍ메밀ㆍ삼[麻]이요, 토공(土貢)은 지초(芝草)이며, 토산(土産)은 현(縣) 서쪽 굴포(堀浦)에서 매년 겨울 몹시 추울 때에 뱅어[白魚]가 나고, 【심히 아름다워서 맨 처음에 나라에 바친다.】 양화도(楊花渡) 아래에서 주로 웅어[葦魚]ㆍ숭어[水魚]ㆍ면어(綿魚)가 난다.
厥土肥塉相半 墾田一千八百七十七結 【水田居三分之一强】 土宜 稻 粟 黍 稷 菽 唐黍 小豆 菉豆 蕎麥 麻 土貢 芝草 土産 縣西堀浦 每冬月極寒 産白魚 【甚美, 最先上供。】 楊花渡下主産葦魚 水魚 緜魚
( 세종실록지리지 고전변역원DB )
(참고자료)
간송미술관
세종실록지리지 고전번역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