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평기려(雪坪騎驢)
설평기려(雪坪騎驢) - 눈 쌓인 벌판을 나귀 타고 가다
지금 밖은 폭설입니다
밤사이 쏟아져 내린 눈
천근만근 하얗게 쌓이고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 찢어지는 소리
모든 게 갇힌 폭설입니다
아련한 미명의 빛이며
필묵의 그림자 아래
먼 산의 색깔은 하얗게 쌓인
눈발이 묻어 나오고
배경이 보이면 울퉁불퉁한 길입니다
무릎과 허리와 가슴에 차오른 폭설
눈에 보이는 것은
겨울의 색깔로 가득한 폭설입니다
- 설평기려(雪坪騎驢)
어느 겨울 이른 새벽 밖을 나오니 온 천지가 밤새 내린 하얀 눈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 겸재 정선은 나귀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문득 생겼을 것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양천현아를 빠져나와 정처 없이 가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가야 할 길은 나귀에게 맡기고 눈에 들어오는 산마루와 골짜기와 산봉우리를 보니 선명하다. 차가운 겨울 나뭇가지에 눈꽃은 화사하고 어느 마을에 설중매가 피어 있으리라 생각하며 매화를 찾아가는 중일 것이다.
- 제화시
長了峻雙峰(장료준쌍봉)
길구나 높은 두 봉우리
漫漫十里渚(만만십리저)
아득한 십 리 벌판이로다
抵應曉雪深(저응효설심)
다만 거기 새벽 눈 깊을 뿐
不識梅花處(불식매화처)
매화 핀 곳 알지 못해라
참고
간송미술관
겸재정선미술관
호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