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입니까? [1편]

당신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N가지 주제 - 친부 편

by 페트라


"너는 네 애미를 닮아 재수가 없어."



엄마가 집을 나가고 구치소에 갇혀 있을 때, 난 내 친부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다. 친부에게 저 말을 항상 들었던 것 같다. 당신은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지만, 난 용서가 되지 않는다. 저런 무식한 유전자가 내 몸속에 있다고? 난 내 친부의 피를 갈아엎고 싶을 만큼 증오한다.




아버지란 무엇일까. 단순히 정자를 제공한 생물학적 친부? 아니면 책임감을 갖고 가정을 돌보는 보통의 아버지? 내 친부를 두고 말하자면 전자에 속한다. 내 친부는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이다. 사람이 아니라 인간으로 칭하는 게 맞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친부와 함께 살다 엄마에게로 간 나는 내 인생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지웠다.


한 때 나는 내 이름이 성씨까지 불려지는 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엄마가 빨리 다른 사람과 재혼해서 그 남자의 성씨로 바뀌기를 바랐던 적도 있는데, 바뀌지 않은 게 천만다행인 것 같다. 난 개천의 용이다. 진흙 더미에서 나온 진주라고 할까. 저런 무식한 친가에 똑똑한 여식이 있다고 자랑이라도 했으면 좋겠건만, 워낙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라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겠지. 내 성씨가 흔치 않은 성씨이기도 하고 각인되기 좋은 성씨라 바꾸지 말까 싶다가도 불현듯 찾아오는 분노에 외할아버지의 성씨로 바꾸자고 다시 마음에 되새긴다.




친부를 중학교 2학년 때 이후로 딱 3번만 봤다. 그것도 억지로 본 자리라 기분이 참 뭐 같았다. 성인이 되기 전, 고 1 때 교복값 때문에 친부를 만났다. 그때의 친부는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조금이라도 깨달은 듯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후, 친부와 나, 이렇게 단 둘이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때도 별 할 말이 없었다. 그때의 목적은 내가 독립할 자금을 줬으면 했다. 내가 친부를 만난 이유는 철저히 돈이 목적이었다. 결론은 내가 본인에게 거머리처럼 들러붙을까 돈을 주지 않았다. 화는 났어도 이해는 됐다. 당신은 엄마의 위자료로 내 양육비까지 충분히 줬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 계기로 나는 경제적 독립이 내 20대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만날 때마다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친부를 두고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 내가 이상한 걸까. 마지막으로 친오빠의 결혼식에서 만난 나를 보자마자 우는 친부를 두고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엿 같은 성장환경 속에서 멀쩡한 정신을 지킨 건 오로지 내 힘이었으니까. 당신은 간간히 친오빠로부터 내 소식을 듣고 더 미안해졌으리라. 콩가루 같은 가정환경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여식이 자랑스러웠으리라. 당신은 초등학교 졸업이 끝이었으니.




26살 때일까. 나를 가장 오랫동안 봐온 20년 지기가 술을 마시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너를 참 아끼셨지. 너네 집에 가면 항상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너한테 3만 원, 5만 원씩 쥐어주셨던 거 기억 안 나?"라고.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너 우리 집에서 일주일 동안 있었을 때, 우리 아빠한테 전화로 그러셨어. 우리 00 잘 부탁드린다고. 우리 엄마한테도 전화해서 민폐 끼쳐 죄송하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그러셨다니까."라고.


난 그 말을 듣고 이유 모를 눈물이 나왔다. 내 친부는 왜 그런 막말을 하고 친구들 앞에서는 날 생각하는 행동들을 했을까. 지금까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내 친부는 되돌릴 수 없는 말을 내뱉었기에 그런 말을 들어도 여전히 그를 용서할 수 없다. 나에게 네 애미를 닮아 바락바락 대들고 행동이 싸다고 했던 말, 법원에서 엄마에게 나를 술집에 팔아버리겠다던 말, 난 그 말들을 잊을 수 없다. 친부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에게 아버지란 그런 존재다.




내게 평생의 고통을 선사한 당신이 죽어야 끝이 날까.


만약 내 친부가 죽어 장례식장에 오라는 친오빠의 연락을 받는다면, 난 가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간다고 해도 침을 뱉을 것이다. 내 친구들이 바라보는 내 친부는 한 없이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라고 해도 내가 보는 친부는 인간 이하의 존재다. 부디 어디 가서 딸이 있다고 하지 말기를. 딸자식이 있었지만 죽었다고 표현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