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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Nov 18. 2023

저는 아버지의 딸이니 제 재능을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재능과 신앙에 대하여


"네 말과 글이 세상에 퍼지리라."



어릴 때부터 저는 글에 힘이 있었고, 말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제 재능을 알아챘던 저는 하늘의 계신 아버지가 축복하심을 모르고 오롯이 제 자신만을 믿어왔습니다. 오늘은 저의 재능과 신앙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바로 오늘 새벽까지 뜬 눈으로 가장 깊은 밤을 지새우며 울부짖었습니다. 저를 살려달라고요. 저로 인해 고통받는 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의 처절한 울부짖음을 들으셨는지, 매일미사에 책에 있는 구절로 응답하시더군요. 시편 88(87), 3절의 말씀입니다. "주님, 제 기도 당신 앞에 이르게 하소서. 제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구절을 보자마자 새벽 5시가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가장 깊고 어두운 밤이 끝나는 시간이 새벽 5시라고 하지요. 흔히 우리나라와  세계의 토속신앙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시간은 귀신과 악귀가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5시가 되고 저는 오늘자  미사를 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을 견뎌내고 성당  채비를 했습니다.




성당에 가면서도 쉽지 않더군요. 아직 해가 뜨지 않는 시간이라 곳곳에 어두운 가로등과 검정 옷을 입은 남자가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숨을 헐떡일 징조를 보여 눈을 질끈 감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광야에서 귀신들과 맞서 싸우신 것처럼, 저도 그렇게 성당 앞에서 시험을 맛봤습니다. 저에게 귀신같은 존재는 저의 트라우마임을, 가장 약한 곳임을 아버지께서는 알고 계신 것이지요.


그렇게 성당에 도착하고,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는 어르신들과 수녀님들을 보고 겸허하게 고해성사를 기다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계속해서 고해성사를 미루는 저를 보고, 가장 무너지는 곳을 건드려 의지하게 만들시더군요. 저는 냉담하는 5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온전히 제 재능과 자신을 믿었습니다. 아버지가 계심을 알고도 아버지께 의지하지 않고 제 자신을 믿어왔습니다.




그렇게 지내보니 제 자신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더군요. 제 영혼이 부식되어 점차 썩어 들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10월 중순 경에 빠르게 본적을 옮기고, 주일 미사를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 가는 길이 무겁더라도 신나는 마음으로 갔었지요.


고해성사를 하지 않고 영성체를 모시지 않는 그 행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봅니다. 가장 아픈 곳들을 건드려 사람이 아닌 주님께 의지하게 만들시더군요. 남자를, 사람을 무서워하는 제가 의지할 곳은 그곳이 아니었기에 아버지께서 제게 맞는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더불어 저의 재능은 아버지의 축복이었음을, 손과 입에 힘을 불어넣어 주신 것은 온전히 아버지의 힘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알고 그렇게 사용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마케터입니다. 제 꿈은 사실 지역문화기획자이고, 지역 아티스트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 이전에는 제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제 숙명과 맞서 싸워야 하고요.


높은 곳에 올라가는 힘은 아버지께서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가장 악한 악인들과 정의롭고, 공명정대하게 싸울 예정입니다. 그 자리에 올라갈 때까지 부정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광고는 카피와 영상으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동(動)할 수 있는 광고입니다.




그렇게 저의 선한 영향력을 곳곳에 퍼트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 신념도 무너질 위기가 오겠지요. 하지만 제 사명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투쟁할 것입니다. 베드로 성인이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죽을 때조차, 아버지는 그러시는 분이 아니라고 강력히 피력했다고 하지요. 예수님도 광야에서 온갖 악마들과 싸우실 때, 조용히 기도하며 헤쳐나가셨습니다. 그 유명한 모세도 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도와달라고 울부짖었지요.


이렇듯 아버지께서 저를 단순히 예뻐하고 총애하는 딸이 아닌, 당신의 아들과 동일하게 용기와 담대함을 주셨음을 압니다. 제 재능이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는 데에 쓰이게 사용하는 걸 원하십니다. 아버지의 아들인 예수님께서 저를 알아보셨고, 아버지께서는 제게 들을 수 있는 귀와 볼 수 있는 눈을 주셨습니다.




저는 사람의 심연을 봅니다. 그 사람의 가장 밑바닥의 것을 봅니다. 그 밑바닥에 빛이 있는 자들을 선별할 수 있는 판단력 또한 주셨습니다. 이런 저를 지켜주시려고 제 양옆 어깨에 수호신들을 내려주셨고요. 제 왼쪽 어깨엔 저희 외할아버지께 왕관을 씌우고 금상에 앉혀 보내주셨습니다. 제 오른쪽 어깨엔 3~4m나 되는 큰 키와 2m의 창을 들고 있는 장군을 보내주셨습니다. 저의 재능이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또한 사제의 역할로서 쓰이기를 바랍니다.



사명을 다 할 수 있는 인내심과 집념이 항상 제 마음속에 있기를 빕니다.

저의 말과 글이 온 세상에 퍼지기를. 천주 성부의 말씀이 제 손과 입을 통해 널리 퍼지기를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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