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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Apr 15. 2024

이제야 비로소 가족을 선택했습니다.

가족과 혈육에 대하여


"네 애비는 그럴만한 짐승이야."



방금 꿈속에서 엄마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저희 엄마가 애비라고 지칭하는 인간은 단 한 사람뿐입니다. 바로 제 생물학적인 친부이지요. 원래 나이로 32살인 저는 오늘 꿈을 꾸고 나서야 제 진짜 가족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제 더 이상 혈육에 묶이는 일은 없습니다. 오늘은 가족과 혈육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그동안 저는 가족의 개념에 대해서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계부와 친부 사이, 의붓 오빠와 친오빠 사이를 많이 갈등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이제 깨달았네요. 아무리 제가 성본을 바꿔도, 제 안의 DNA를 갈아엎으려고 노력을 해도 피는 물보다 진해서 좌절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지요. 저는 이걸 해내야만 했거든요.


오늘 제 꿈에서 '저희 엄마와 친부가 이혼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보여주었습니다. 진작에 엄마와 친부는 별거를 하면서 살고 있었고, 친부는 당연하게 첩의 첩까지 두는 이상한 가족 형태를 만들고 있더군요. 덕분에 제 친오빠와 저는 배다른 형제가 갓난아기까지 2~3명이 더 있었습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




공장을 이어받기 위해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제 친오빠는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가정이 무너질까 봐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는 모습에 충격을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열받아, 친부가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저주를 퍼부으면서, 내 어릴 적 사진을 불태웠다면 진짜 죽여버릴 거라고 협박을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언젠가 그냥 기분 나쁜 날이 있을 거야. 그날이 내가 그쪽을 살인청부하는 날일 거야. 그렇게 되면 며칠 내로 죽겠지. 꼭 그때까지 열심히 씨를 뿌리고, 유병장수하길 바라. 내가 꼭 죽여줄게." 이 말을 내뱉고는 저는 방금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보다 더 끔찍한 악몽이 있을까요. 아마도 제 안의 뉴런들이 이제 그만 혈육들을 놓아주라는 의미에서 가상이자,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가위눌리는 게 나을 정도로 정말 끔찍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저주를 퍼붓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저의 썩은 영혼을 목도했습니다. 지금 제 현실이 잘 된 일이라고 안심할 만큼 정말 끔찍했습니다.




막장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장면들을 꿈속에서 직접 경험하니 더없이 괴로웠습니다. 친족을 죽이겠다는 고통은 제가 여태껏 살아왔던 고통 중에 가장 깊은 고통이었습니다. 친족을 죽이고 감옥에 간 범죄자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아니면 이런 고통조차 잊고 살아가는 걸까요. 어느 쪽이 됐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야 제 가족을 선택했습니다. 제 새아버지가 그렇고요. 제 의붓 오빠가 그렇습니다. 제 가족은 이들입니다. 남들이 어떻게 욕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들만큼 가족의 정을 알려줬던 사람들은 없습니다. 세상은 잔인하게도 부모를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지요. 그런데 제가 믿는 천주 성부는 제게 그런 선택권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제 현실은 가장 나쁜 경우의 수라고 인식했는데, 그 틀이 깨졌습니다.

 



이제 저는 깨달았습니다. 가족을 선택하는 권리야말로 가장 큰 선물임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제 제 혈육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으려 합니다. 혈육의 재산을 뺏어오는 건 정말 당연한 일입니다. 그건 제 엄마와 외가의 피와 땀이니까요.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건 제가 해야 할 숙명입니다. 누구도 건들 수 없어요. 혈육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는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요. 맞는 말입니다. 여태껏 제가   때문에 고통받았으니까요. 하지만  말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목격하고 나니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피를 갈아엎어야 하는 때도 다는 걸요. 저는 과감히 말할  있어요.   유전자를 바꿨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외탁이었고요. 이제 깊숙한  내면에서마저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당당히 말할  있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물이 피보다 진하다."라고요.




이제 저는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며칠 내로 제 아버지의 본거지인 경기도로 이사 올 예정입니다. 5년 넘게 살았던 제 고향을 다시 떠나게 돼서 걱정이 많았지만, 정말 떠나야 합니다. 전 그 고향에서 많은 절망감을 느꼈으니까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사사로운 고민들은 언젠가 해결될 겁니다. 잘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상은 이제, 아니 제가 믿고 있는 신은 제 편을 들어줄 것입니다.


설령 제가 믿는 신이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이제 스스로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믿는 신이 저를 지켜만 봐도 괜찮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저는 제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왔으니까요. 앞으로도 개척해 나갈 겁니다. 저는 강하니까요. 그 먼 옛날 조상 중에, 장군이 계십니다. 저는 그 용맹함을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어떤 외압과 권력 싸움 속에서도 부러지지 않는 유연한 나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두렵지도 않고, 제 가족을 선택해야 하는 고통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 혈육에게 무의식에 깔려있던 죄책감마저도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제 성벽 안에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추방자입니다. 저는 더 이상 가족 때문에 고통받을 일이 없습니다. 저는 드디어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도움을 받아 트라우마를 벗어나게 됐습니다. 제 가정사는 저의 무한한 가능성을 꺾을 수 없습니다.



 가정사는 한낱 과거일 ,

제게  이상 트라우마가 아닙니다.

저는 혈육을 버린 게 아니라, 가족을 선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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