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N가지 주제 - 어머니의 젊은 시절 편
내가 늘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 저 말이다. 나를 옭아 매고, 내 발목에 족쇄를 차는 말. 저 말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말 중 하나이며, 부모란 존재에게 치를 떨게 하는 말.
혹자는 부모에게 상처받은 적이 없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부모를 그렇게까지 싫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식이 부모한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본인이 겪어보지 않았다고 쉽게 판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자기 자신이 우선인 부모는 많고,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어른들은 많다. 이 이야기는 나의 분노가 담겨 있는 나의 트리거이다. 함부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니, 부모의 도리니, 자식의 도리니 가르치려 들려고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내 엄마는 이미 젊었을 적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늘 친족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고, 친척으로부터 유사 강간을 당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장녀의 의무를 버리지 않았지만, 내심 부모에게 원망감이 들었다. 자신이 똑똑한 걸 알았던 그녀는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둘째 남동생의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고, 철없는 막내 남동생의 뒤치다꺼리를 해야만 했다. 그녀는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부터 미싱 공장에 다녀 집에 보탬이 되었다. 그녀는 학교에 다닐 나이에 야간 학교를 다니면서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녀는 교수가 되고 싶었으나, 그 상황에선 도저히 다닐 수가 없었다.
그 악몽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내 친아비와 아이를 가져 결혼을 하게 됐다. 그녀에게 결혼이란 탈출이었다. 하지만 그 결혼도 결국 악몽이 되었고, 남편이란 사람은 외도를 하고 집에 돌아와, 그녀를 때렸다. 심지어 남편은 조현병 초기가 와 환청과 환각에 시달려 벽돌로 자기 머리를 깨부수기 일수였고, 그녀는 보다 못해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녀에게 남편도 악몽 같고 공포를 안겨 주는 존재였다.
내 친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비관했고, 늘 타인으로부터 피해자라고 믿었으며, 그때부터 우울증이 왔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그리고 어렵게 얻게 된 가정마저 최대치의 불안감을 느끼게 해 주니 말이다. 그녀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첫아들이 태어나도, 막내딸이 태어나도 늘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첫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기뻤다. 첫째 자식이기도 하고, 그 시절 남아선호 사상에 찌든 시댁 탓에 아들이 태어나 안심했으리라. 하지만 악몽은 여전했다. 그녀에겐 핏덩이 같은 아이가, 목숨보다 소중히 지킬 존재가 생겨버렸으나, 조현병을 앓는 남편이 그녀를 일상처럼 괴롭히기 시작했다. 친정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장녀의 남편에게 쌈짓돈을 모아 주물 공장 하나를 차려줬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공장에 자본이 많이 필요했고, 둘째와 셋째의 돈까지 투자하게 됐다. 그것으로 장녀에게 못해준 것들을 해줬을 것이라고 그녀의 부모는 생각했으리라.
그렇게 남편의 외도와 폭력을 견디며 살아간 어느 날, 그녀에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막내 남동생은 20대 중반이 됐지만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런 남동생을 지켜본 그녀의 부모는 매형의 공장에서 일이나 배우라며 그 공장에 출근시켰다. 아마도 그녀의 부모는 이렇게까지 공장을 차려줬는데 감히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늘 정신병자는 보통의 상식 선을 넘는다. 막내 남동생과 같이 일을 하던 남편은 일방적으로 남동생을 심하게 때렸고, 그렇게 동업하지 않게 됐다. 자신의 가족한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본 여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나였으면 그런 남편은 죽였을 수도 있다. 그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첫째 아들이 6살이 되던 해에 이혼을 하려 했으나, 뱃속에 이미 둘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임신한 지 꽤나 시간이 되어 급하게 산부인과로 찾아갔으나, 초음파에서 들리는 건 작은 생명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일 뿐.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 도저히 낙태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악몽 속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둘째 딸이 태어나도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늘 그렇듯이 남편은 외도를 했고, 그것에 대해 따져 물으면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녀의 집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경찰이 왔다 갔다. 그래서 그녀의 집은 그 동네의 소문난 가정폭력범의 집이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고, 친정에 아이들을 맡기며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녀의 돈은 친정과 그리고 자신의 가정에 모두 들어갔기에 남아나는 돈이 없었다. 그녀에겐 늘 삶은 척박하고,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다 그녀가 탈출할 기회가 생겼다.
첫째가 20살, 둘째가 13살이 되던 해, 자신의 남동생 집에서 결정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날은 친정 식구들과 그녀의 가족이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던 날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은 가장 최근에 바람을 피우고 자신을 때린 남편 덕에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애써 기분 좋게 마셔도 그녀는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더 놀겠다는 친정 식구들을 두고, 졸리다는 아이들을 챙겨 남동생의 집으로 왔다. 그때부터 남편과 말다툼은 시작됐다. 늘 그렇듯이 종착역은 남편의 외도였고, 남편은 그 집에서 그녀의 코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코와 입에 피가 적셔져 손으로 애써 막았던 그녀의 모습을 자신의 딸이, 그리고 조카들이 보게 되었다.
그녀는 살려고 막내 남동생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고, 그 집엔 경찰이 왔다. 그렇게 그녀는 뭐가 되든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녀는 무작정 짐을 싸고, 살던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으며, 막내딸에게는 곧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영문도 모르던 그녀의 딸은 무작정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 당시 그녀의 남편에겐 오래된 내연녀가 있었고, 그녀는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남자가 생겼다.
그녀는 운이 좋지 않았다. 그 남자의 집에 잠시 머무른 시간이 남편의 사설탐정이 찍은 사진에 의해 들켜버렸다. 그 사진 때문에 그녀는 간통죄로 구치소에 6개월 동안 갇혀 지냈다. 그녀는 분통했다. 늘 바람을 핀 건 남편 새끼였는데, 다 끝난 마당에 이제 사귀기 시작한 남자 때문에 구치소에 갇히다니. 그녀는 그렇게 똑바로 잡아놨던 정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