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N가지 주제 - 어머니의 중년 시절 편
그녀에게 딸은 인형과도 같았다. 늘 자신의 분신이자, 정결해야 했고, 깨끗해야 했고, 순진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딸이 아비를 닮지 않아야 했다. 그녀에게 딸은 그런 소유물이었다. 나는 늘 엄마에게 이런 취급을 당해야 했고, 늘 그것에 분노해야 했으며 엄마에게 강력한 반기를 들어야 했다. 내가 엄마와 친오빠를 용서할 수 없는 지점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제부터 다소 폭력적이기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다. 감당하지 못하겠으면 이번 편은 애초에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억울하게 간통죄로 구치소에 갇히면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딸의 양육권과 위자료가 중요했기에 변호사가 필요했다. 이제 만나기 시작한 새로운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그 남자 덕에 변호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구치소에서 생활하면서 재판도 받아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남편은 그녀보다 더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결코 간통죄로 치부될 만큼 더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내야만 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늘 바람을 피우고, 외도를 하고, 가정폭력을 한 주범은 늘 남편이었다. 늘 다른 여자에게 몇 백을 쓰느라 돈이 없었던 그녀의 남편은 생활비를 달라던 본인의 아내를 때렸다. 그녀의 남편은 늘 그런 식으로 아내를 때렸다. 책임감이 없는 미친놈이었다. 그녀는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남편이 자신에게 어떤 성병을 옮겼는지 증명했고, 막내딸이 뱃속에 있었을 적 자신을 때렸던 일화를 진술해야만 했다. 여자로서 수치스러움을 뒤로하고, 그녀는 용감하게 결백함을 우선시했다.
그녀는 자식들의 증언을 받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태어난 자식들을 위해 본인이 가정을 살펴야 했고, 남편으로부터 살기 위해 육탄전을 벌였다. 그녀의 아들은 그것을 늘 보고 자라왔다. 본인의 학원비가 누구의 돈인지 뼈저리게 잘 알았을 터, 그것을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그녀가 법원에서 투쟁하고 있을 때, 그녀의 아들은 20살이 되어 군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간간히 휴가를 나와 법원에서 증언을 해야만 했는데, 아들은 갑자기 돌변했다. 본인의 엄마가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고, 앙심을 품었던 걸까. 그녀의 아들은 아비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들은 자신의 엄마가 생활비를 꼬박꼬박 받았다고 증언을 했으며, 간간히 맞바람을 피웠다며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뼈를 갈아서 키운 아들이 그런 증언을 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고, 첫 자식인 만큼 그 상처는 더 컸다. 그녀는 딸에게 눈을 돌렸다. 딸만이 그녀의 결백함을 증명해 줄 수단이었다. 그녀의 딸은 다행히 순진했기 때문에 봐왔던 대로 잘 말해주었다. 그녀의 딸은 증언을 하러 판사 앞에 가기 전, 구토를 했다. 법원의 위압감에 압도당한 딸은 무서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딸을 잘 다독이며 본 대로만 판사님한테 말하면 된다고 어르고 달랬다. 다행히 그녀의 딸은 증언을 잘해주었다.
막내딸은 어렸을 적부터 남편으로부터 맞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자주 보며 컸다. 딸은 늘 이불속에 숨어 떨고 있었고, 자신은 살기 위해 남편에게 물건을 던지고, 의자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하던 건 자신의 아들이었고, 아들은 동생에게 방에 가서 이불 덮고 있으라며 챙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딸은 이런 식으로 증언을 해주었다. 늘 싸운 이유는 돈과 외도 때문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다. 그녀는 늘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이유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았다.
고맙게도 자신의 남편이 한 꾸며낸 모든 증언들이 거짓으로 판결되었고, 위자료도 그 당시 4천만 원 넘게 받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딸의 양육권이었는데, 딸은 강력하게 자신과 살고 싶다고 말했다. 딸은 제 아비를 혐오했다. 남편은 폭력 타깃을 딸에게 돌렸다. 네 어미를 닮아 바락바락 대든다는 폭언부터 시작해 술집으로 팔아버린다는 충격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딸은 자신처럼 강력하게 반기를 들었고, 자신에게 제 아비가 그랬다며 울면서 말을 했다.
남편은 자신에게도 딸에 대해 겁을 주었다. 딸년을 술집에 팔아버릴 거라며, 네 딸년은 널 닮아서인지 떡잎부터 달라서 더럽다는 말을 해댔다. 다행히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 변호사가 옆에 있었으며, 바로 법원에 제출되었다. 그리고 딸이 말한 폭언들도 증언해주어 증거로 채택되었다. 당연히 양육권은 자신에게 넘어왔다.
법원은 이런 폭언을 감안해 벌금을 물게 했고, 딸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매달 150만 원씩 양육비를 지불하라는 추가 판결을 내었다. 하지만 자신의 남편은 조현병을 앓았던 전적이 있어, 내심 자신과 딸을 찾아와 죽일까 봐 겁이 났다. 그리고 그 돈을 받기 싫었다. 딸이 제 아비와 엮이는 것이 싫었고, 어쩌다 살면서 마주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법원에서 더러워서 저 새끼가 주는 양육비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20년의 결혼생활이 정말로 끝이 났다.
하지만 후폭풍은 생각보다 심상치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끝이 나자마자 자신의 내면에 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도와준 남자와 사실혼으로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집을 구할 때 자신의 위자료로 구했다. 보잘것없던 그 남자는 전셋집도 구할 돈이 없던 거지였다. 게다가 데리고 온 딸이 무척이나 그 남자를 싫어했다. 아빠라고 부르라며 달래 보았으나, 절대 부르지 않았고, 그 남자의 아들과 함께 다 같이 식사를 할 때도 밥상을 엎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딸은 자신을 더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제 아비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같이 살고 있던 남자와 성관계 소리를 들었나 보다. 휴일이라 딸이 낮잠 자는 줄 알았는데,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딸에게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에 동시에 딸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힘들게 데리고 온 딸이 자신을 더럽다며, 그래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한다는 행동이 엄마가 더럽기 때문에 청소하려고 한다는 딸의 일기장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한번 내면의 세계가 무너졌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