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어머니란 어떤 존재입니까? [3편]

당신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N가지 주제 - 어머니의 10년 전 편

by 페트라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 나한테 잘못했다고 해."


엄마와 육탄전을 벌이며, 수없이 저 말을 울부짖었다. 하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에게 욕을 퍼부었다. 엄마는 늘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착각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본인은 법원에서 날 자식으로서가 아닌, 결백함을 위해 수단으로 이용했으면서 뭘 최선을 다했다는 거지? 생각보다 미성숙한 어른들은 많고, 어린아이의 정신 상태로 어른이 된 멍청이들은 많다. 세상은 그렇다. 늘 세상을 똑바로 보려고 하는 이들에게 그런 멍청이들이 달라붙어 이용하려 든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난 내 부모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이건 진심이다. 그래야 내 평생의 고통이 끝날 것이다. 내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부모에 대해 쓰면서 힘들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에게 감히 말한다. 오판하지 말고, 동정도 하지 말라고. 그런 판단마저 나에 대한 차별이 섞인 시선이니 말이다. 부디 오만하게 남을 판단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이번 편도 다소 불쾌할 수 있다.




딸은 급속도로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도 바뀌었다. 그건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눈빛이 아니었다.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좋다던 남자에게 생활비를 달라고 하니 싫증을 내고 물건을 부수고 외박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왜 그런 걸까. 딸은 그 당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입학비와 교복을 준비해야 했다. 게다가 지금 치아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빨이 다 빠져나가는데 돈이 없었다. 일하는 곳에서는 그녀를 무시하고, 일을 못한다며 더 트집 잡히기 일쑤였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돈이 없어 딸에게 친아비를 찾아가 교복 값을 달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딸의 친아비는 딱 교복 값만 주겠지만, 오랜만에 딸의 얼굴을 보니 용돈이라도 더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심부름을 시켰다. 딸은 원망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아비는 교복 값만 주었고, 더 이상의 용돈은 주지 않았다. 친아비는 딸에게 했던 행동과 폭력들이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는지, 딸 앞에서 울었다고 한다. 정신병자 새끼.




그러다 어느 날, 아들이 울면서 그녀를 찾아왔다. 제 아비 밑에서 일 배우는 게 싫다고 엄마랑 같이 살면 안 되냐는 아들의 말을 듣고 그녀는 화가 났다. 제 아비 편을 들었던 아들에게 1차적으로 화가 났고, 그다음은 친아들까지 내쫓는 아들의 친아비에게 화가 났다. 바로 전화를 걸어 불 같이 화를 냈다. 다른 년 자식새끼들이나 키우면서 네 아들 하나 못 키우냐면서 어쩜 너는 책임감이 없냐며, 네 아들 데려가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말은 전남편과 같이 사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여자는 네 아들이나 데려가라며 큰 소리를 쳐댔다. 감히 불륜녀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그렇게 한바탕 욕설이 오갔고, 아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두 번 다시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곤욕이었다. 그녀의 내면은 그렇게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었다. 더 이상 딸의 급식비와 학원비를 밀리게 할 수 없어 패물을 금은방에 팔았다. 같이 가던 딸이 그 모습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울었다. 애써 우는 딸에게 괜찮다며 돈은 언제든 다시 생기는 거라며 달랬다. 한창 친구들과 더 놀 나이에 딸은 그래도 잘 참아준 딸이 안쓰러웠다.


그러다 딸에게 양아치 같은 남자 친구가 생겼다. 농고를 다닌다던 그 자식은 이혼녀의 막내아들이었다. 그녀는 그 남자애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도 이혼녀였지만 정말 껄렁해 보였기 때문이다. 밤 9시나 10시에 남자 친구를 본다며 나가는 딸이 맘에 들지 않았고, 그녀는 마침 같이 살던 남자와 끝내려던 터라 딸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매로 만난 이상한 남자와 혼인신고하고 부산에 내려가려고 하는데, 딸이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새벽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딸의 남자 친구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새로운 남자가 딸에게 사준 DSLR 카메라를 부셨다. 딸이 아직 남자를 만날 나이가 아닌데 너무 빨리 만나는 것 같다. 저러다 임신이라도 되면 어떡하지. 겁이 났다. 딸은 자신이 무척 아끼던 카메라가 부서진 것을 보고 한참을 울었고, 그다음 날 알량한 커터칼로 자살시도를 했다.




부산으로 이사를 가니 딸은 자연스럽게 그 남자애와 헤어진 것 같았다. 한순간의 불타는 감정이 얼마나 갈지 예상이 됐다. 딸은 어떻게든 적응을 하려고 했다. 새로운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친해지고, 사투리까지 잘 배워가고 있었지만, 딸의 친아비가 경상도 남자라 딸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게 너무 싫었다.


그렇게 산송장 같은 마음으로 산지 얼마나 됐을까. 재혼한 남편의 아들도 이상했다.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와 성관계를 하지 않나 못 봐줄 정도였다. 현 남편도 전 남편의 행동과 똑같았다. 못 배우고 키 작은 경상도 남자는 어쩜 저리 똑같을까. 재혼한 지 6개월 만에 이혼하고, 다시 안양으로 왔다.


안양으로 오기 전에 사실혼이었던 남자와 다시 연락이 돼 만나기 시작했고, 집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딸도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돈을 부쳐줄 테니 안양으로 오라고 했다. 딸은 이 남자의 집에서 더 평화를 찾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그 남자와 다시 살기 시작했다.




다시 살림을 합치기 시작하면서 정말 제대로 남편으로 맞을 준비를 했다. 그녀는 더 이상 결혼을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이사를 하고 보니 딸이 걱정이 되었다. 여기서 다니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이제 고2가 되는 시점이니 입시 준비를 시켜야만 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딸을 친정집에 맡기기로 했다. 그 동네는 학군이 좋으니 딸은 아직 그녀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컸으니 잘 지낼 것이다.


딸의 짐만 용달차에 실어 친정집으로 이사시켰다. 다행히 짐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침대와 책상만 보냈는데도 방이 꽉 찼다. 딸은 불만 섞인 표정이었지만 애써 괜찮다고 한다. 이제 다 컸구나. 딸은 그렇게 다시 한번 전학을 갔고, 고3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했다.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아 딸에게 지원을 더 해주지 못했다. 딸은 어렵사리 수학 단과 학원에 다니고 싶다며, 한 달에 얼마라던데 괜찮냐며 눈치를 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단과 학원 정도는 괜찮다며,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딸은 그렇게 악착같이 공부했지만, 수능 날에 긴장을 너무 했던 걸까. 부담감이 컸던 걸까.


딸이 친정집에 가자마자 하늘이 무너질 듯이 울다가 잠드는 걸 밤새 했다며, 친정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서 네 딸 좀 달래라며. 딸에게 전화해보니 한참을 운 목소리였다. 지금이라도 가서 달래주는 게 맞겠다 싶어 물어봤더니 딸은 오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딸은 수도권 지역에 있는 대학에 정시로 합격했다. 딸은 더 잘 봐서 서울권 대학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지만, 그녀는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녀의 꿈은 대학에 들어가 교수가 되는 것이었는데, 딸이 그 꿈을 조금이라도 이뤄준 것만 같아 기뻤다.


이제 문제는 대학 입학 등록금을 같이 사는 남자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문제로 딸의 대학 OT도 보내지 못할 정도로 싸웠다. 결국 타내긴 했지만, 딸은 못내 OT를 못 간 것이 아쉬운 눈치였다. 그렇게 딸이 정말로 대학에 다니기 시작했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