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어머니란 어떤 존재입니까? [4편]

당신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N가지 주제 - 어머니의 5년 전 편

by 페트라


"난 너한테 미안하지 않아. 최선을 다 했어."



엄마와 싸울 때마다 늘 듣는 말.

언제? 진짜 그랬던 적이 있긴 해? 내게 이렇게 말할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다. 정작 당신은 흘러가는 식이라도 연 끊은 아들 새끼가 잘 지내는지 말하면서. 한 번도 나에게 보약을 해 먹이지 않았고, 치아 교정비, 수술비 등등 나에게 먼저 대준다고 한 적이 없다. 부모로서 마땅히 해줘야 할 것들을 당신은 아들 새끼한테만 했으면서 뭘 당당히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숨 쉬듯이 나는 엄마의 첫 째 자식과 비교당했고, 차별당했다. 나는 늘 엄마에게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이번 편도 다소 불쾌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엄마에게 가스 라이팅을 당해 왔고, 내가 22살부터 반항을 시작했다. 대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하다 보니 알겠더라. 내가 그동안 얼마나 순진했던 건지 자괴감이 들었다. 난 그때 각성을 한 것이다. 사실 이 시리즈는 많이 각색된 것이고, 모든 일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중요한 사건들만 엄마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다. 이것보다 더한 일들은 수두룩하다. 엄마와 싸울 때마다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대한민국의 모든 딸들에게 이 시리즈를 바친다.




딸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돈이 더 많이 들기 시작했다. 등록금이며, 용돈이며, 심지어 책까지 돈이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대학교 책은 왜 이리 비싼 건지 딸의 통신비와 화장품 값까지 합치면 한 달에 최소 돈 백만 원 들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같이 사는 남자는 딸에게 넌지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 않냐며 재촉하기 시작했고, 그녀에게도 딸이 움직이게끔 재촉시켰다. 그녀는 이만큼 키워 놨으니 됐다고 말하는 그 남자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계속 그런 말을 들어서인 걸까. 그녀는 정말로 그 남자가 딸을 잘 키웠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녀는 딸에게 은근슬쩍 아빠에게 잘하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순진했던 딸은 곧잘 믿었다.


하지만 딸이 대학교 2학년이 될 무렵, 딸은 변하기 시작했다. 말투부터 행동까지 모든 것이 변해갔고, 그녀는 딸이 예전 같지 않아 불쾌했다. 툭하면 "엄마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부터 시작해 "내가 엄마 감정 쓰레기통이야?"까지 다양한 말들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과연 상처였을까. 딸이 하는 그 말들이 사실이었기에 찔렸던 것은 아닐까.


이혼하기 전부터 알코올 의존증도 심했던 그녀는 술이 얼큰하게 취하면 딸에게 주정을 했다. 같이 살던 남자에게는 물론, 같은 공간에 살고 있던 동거인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그녀는 화풀이 상대가 마땅치 않으면 딸에게 타깃을 돌렸다. 그녀는 술을 마시면 진심이 나온다는 핑계로, 그렇게 딸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했다.



딸은 대학교 2학년이 되자 남자 친구가 생겼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한다던 딸의 남자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전문대를 나온 남자라니. 탐탁지 않았다. 딸은 그 당시, 아울렛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일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 자식하고 같이 있었겠지.


그녀는 딸에게 몇 번 지적을 했음에도 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 성인이라며 끼어들지 말라는 딸에게 손지검을 했다. 조금 잠잠해졌다 싶었더니 다시 새벽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같이 살던 남자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나가던 길에 봤는데 00가 그 남자애랑 같이 있더라."


이 말을 들은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난 며칠 뒤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날은 유독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일을 마치고 직장 동료들과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셔댔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니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딸년부터 같이 살던 남자까지. 딸년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같이 사는 남자에게 다가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며 온갖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고, 그 남자와 괴성을 지르며 육탄전을 하기 시작했다.


싸움이 한창일 때 딸은 돌아왔고, 이어서 딸에게 타깃을 돌려 딸의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왜 이제 들어오냐며, 너 같은 년을 낳은 게 죄라며, 네 이비한테 돌아가라며, 그 새끼가 그렇게 좋냐며, 더러운 년이라며 온갖 막말을 퍼부어 댔다. 딸은 가만히 당하지 않았다. 힘으로 그녀를 제압하고, 딸은 방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분이 더 차올라 딸의 방을 찾아가 물건을 부쉈다.


이제 그만하라는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들어도 그녀는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엔 경찰을 불렀고, 그녀는 그때서야 경찰에게 하소연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딸년이 잘못했다고. 그리고 저 새끼(같이 사는 남자)가 잘못했다고.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난 후에야 하루가 끝이 났다.




그녀의 딸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았고, 집에서조차 편히 쉬지 못했다. 그랬던 탓일까. 딸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딸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면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찾아온 것이 발단이었다. 그 이후로 과호흡이 오기 시작했고, 집에서도 지속됐다.


어느 날은 그녀와 같이 사는 남자 단둘이 밖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왔는데, 딸이 집에 있었다. 그녀는 또 딸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그다음 그 남자와 싸우기 시작했다. 딸은 그 모습이 어렸을 적 봤던 풍경과 똑같다고 느꼈고, 둘의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런 싸움은 일상이었기에 별 일 아닌 것처럼 지나갈 수도 있었으나, 그날은 딸에게 그렇지 않은 날이었다.


딸은 싸움을 말리고 방으로 돌아가 갑자기 과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딸의 그런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해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라고 해도 딸은 울면서 과호흡을 멈추지 못했다. 상태가 점점 심각해져 딸은 숨을 못 쉬는 지경까지 갔다. 그녀는 너무 놀라 응급실을 가자고 했다. 하지만 딸은 제발 둘 다 나가 있으라고, 두 시간 뒤에 들어오라며 제발 얼굴 들이밀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딸을 위해 나가 있다 돌아오니 딸은 다행히 진정하고 잠이 들어 있었다.


그 후 딸은 심각하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딸의 그런 모습을 봤으니 그녀는 막을 길이 없었다. 딸은 휴학을 하고 싶어 했다. 1년만 쉬면 괜찮아질 것 같다고 했지만, 그녀는 딸에게 너는 쉬는 순간 늘어질 거라며 휴학은 허락하지 않았다. 딸은 그렇게 2년여간 했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같이 살던 남자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다. 전남편과 살았을 적 겪은 일상을 또 반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구치소에 갇히게 만든 남자와 살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는 그 남자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었는지 모른다. 뼈를 갈아 얻어낸 위자료까지 줬으니 말이다. 그녀는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 가장 힘들 때 찾아오는 남자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독립심이 없는 걸까. 아니면 그런 판단 능력이 되질 않은 걸까.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녀는 처녀였을 적부터 혼전 임신으로 결혼을 했고, 그 결혼이 집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기에 이미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이 사는 남자와 육탄전을 했다. 급기야 그 남자는 외박을 서스름 없이 해대기 시작해 그녀는 화를 참기가 더 어려웠다. 싸움은 더 커졌고, 늘 그렇듯이 그녀가 일군 가정에 경찰이 일주일에 한 번은 왔다가는 것이 다반사였다.


딸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딸은 대학원에 가고 싶다며, 교양 교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무슨 공모전을 나간다는데 그녀는 딸이 어디서 남자 새끼와 뒹구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딸에게 영상통화 걸어 확인하는 것이 의심을 풀 수 있었다. 딸은 어디서 뭘 배웠는지 모를 만큼 건방졌다. 마치 자기가 잘난 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고, 엄마인 그녀에게 어디서 무식하게 행동하지 말라는 말까지 해댔다. 그녀는 자식한테 그런 말을 듣는 것을 참을 수 없었고, 딸과 육탄전을 벌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딸애와 같이 교수 밑에서 배운다는 선배 놈들로부터 대놓고 무시를 받았으니 말이다.




딸은 선배 놈들과 한창 공부를 하더니 엄마가 무시를 받은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발길을 아예 끊어버렸다. 딸은 휴학 없이 간신히 대학교 졸업을 했다. 어디 언론사에 인턴 합격을 하더니 6개월 만에 스트레스를 받아 A형 독감에 걸려 일을 그만두었다. 딸은 그 이후, 집에만 틀어박혀 게임만 해대기 시작했다. 평일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끝나면 집에 짐만 놓고 PC방에 가기 일쑤였다. 그녀는 그런 딸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딸과 같이 목욕탕을 다녀온 어느 날, 딸은 집 근처 길고양이와 친해졌다. 한두 번 간식을 주는가 싶더니 급기야 그 고양이가 임신을 했다고 동물병원을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다 임시보호를 하기 시작했다. 집안에 온통 역한 고양이 냄새와 털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술 먹고 온 어느 날, 딸애와 육탄전이 시작됐는데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급기야 딸은 때리려는 그녀의 팔을 막아 제압하기 시작했다. 발악하면 할수록 그녀의 팔은 딸의 손톱자국이 남았고, 그녀는 그것이 분해 경찰을 불렀다. 딸을 감방에 넣어버리겠다는 엄마의 모습을 본 경찰은 그래도 딸이니 봐주라는 말까지 했다. 경찰서에 가 진술서를 썼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그렇게 그녀와 딸은 각자 진술서를 쓰면서 울었다.


그 이후, 딸은 며칠 외박을 하고 집에 돌아오더니 그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는 딸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친정엄마까지 와서 말리는 덕에 그녀는 간신히 딸을 용서할 수 있었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