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2 우승자 최강록의 요리...를! 한다는 것

에피소드 29-1. 책이 참 맛있습니다

by 더곰

나는 음식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눈 앞에 있으면 먹고 없으면 있는 거 대충 챙겨 먹는다. (없다고 안 먹지는 않지!)

그래도 맛있는 게 뭔지는 안다. (단, 드럽게 맛 없는 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통의 맛으로 평가한다.) 즉, 음식의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방송 프로그램을 엄청 즐겨 보고 좋아하는 나이지만, 요리 서바이벌은 잘 안보는 편이다. (약간, 맛있더라도 어차피 못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순간 관심이 뚝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너무나 유명한 프로그램은 보지 않아도 알게 되기 마련.

그 프로그램이 바로 <흑백요리사>이다.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가 방영되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되면서 시즌 2가 제작되었고 2025년에 방송되었다. 방송 되기 전에 심사위원 한 분의 사건이 크게 터지긴 했지만, 제작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만으로도 보지 않아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 곳에 출연한 심사위원 안성재와 요리사들은 죄가 없지~~


<흑백요리사2>의 우승자인 최강록이 방송에서 최강록 화법으로 화제가 되면서 그의 요리가 아닌, 최강록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런데 방송은 볼 생각이 없으니... 어찌할까하다가 어라라라라? 책이 있네?


그렇게 책을 펼쳤다.







image.png?type=w580 클. 2025. 6.23


책은 음식이라는 것, 요리를 한다는 것, 식당을 한다는 것, 요리사로 산다는 것

이렇게 네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챕터의 소제목은 최강록의 친필 글씨로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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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곳곳에 그림인듯 그림아닌 그림같은 그림이 부연설명을 더하고 있다.

이 책은 요리 책이 아니다. (최강록의 요리책은 따로 있다.) 이 책은 최강록이라는 요리사가 요리를 바라보는, 대하는, 느끼는 것들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요리사 최강록은 원래부터 요리사를 꿈꿨던 것이 아니고, <흑백요리사>에 출연하기 전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 출연해 우승을 했었고, 캘리포니아 롤 가게를 했다가 접었고, 일본 요리를 배우는 것에 진심이었고, 네오라는 식당을 운영했다가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라는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음식점 찾아 가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다가 네오를 검색했다. 가보고 싶어서... 그런데 폐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곤 아쉬운 마음에 책을 계속 읽었더니 책에서도 식당 네오 문을 닫은 이유와 그 순간이 적혀져 있다. 스페셜하지도, 임펙트 있지도 않다. 그저 마음 먹었고, 여느날과 다름 없는 하루였다고 담담하게 적어놓았다.


요리사 최강록의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글맛은 몹시도 묵직하고 담담하다. 그럼 자칫 지루하고 무거울 수 있는데 중간 중간 적재적소에 조미료를 친다. 투머치하지 않아서 읽는 내내 편안하다.

게다가 글을 읽다보면, "....을!"과 비슷한 화법을 만나게 된다.

(담담히 읽다보면 빼꼼 등장해서 풋!거리게 만든다.)



음식에 익숙함이 없다면 새롭기만 한 괴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새로운 맛도 내 안의 익숙한 맛에서 발견될 때 우리는 맛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같다.


한 번 칼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건 생선회를 조리하는 데도 필요한 말이지만,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좋은 말인 것 같다. 진지하되 두려워하지 말 것. 장난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될 테니까.


나는 식당 네오가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닫아 버린 곳'으로 기억되는 건 원치 않는다. 이제 나는 식당 네오라는 정거장에서 선을 쭉 그어서 다음의 새 정거장으로 가는 중이다. 또 다른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은 의욕이 남아 있으니 네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의 새 식당에 대한 기대를 더 키워보려고 한다.


필요하니까 노력하고, 노력하니까 되었다.


먼 훗날에 내가 굳이 기억될 일도 없겠고, 기억되고 싶지도 않지만, 누군가 어떤 계기로 문득 나를 떠올린다면 그 사람, 요리하는 사람이었지, 최강록은 요리사였어, 정도가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리사 최강록이 그리는 미래를 응원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식당이 아닌 다양한 요리를 도전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작업실을 만들어서 다양한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 그는 정말 요리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 어떤 방송 프로그램보다도, 그를 더 가까이 알게된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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