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책이 좋아서 인데요.

에피소드 31.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요.

by 더곰

금요일 저녁 7시 독림서점 간판의 불을 켰다.

<책읽수다>독점.


몇 년 전 독서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이 새로운 크루를 만들어서 독서모임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장소가 필요하다며 연락을 해왔었다. 있는 공간 놀리니 오랜만에 지인도 만나고 인맥이나 넓혀보자고 수락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최소한의 자릿세만 받고 하기로 했다.


"와~ 괜찮네. 지하철에서 좀 멀긴 한데... 가까우면 월세 비싸잖아. 딱 적당한 곳 구했구나."


'아,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삼척동자였다.

아는 척, 있는 척, 생긴 척 하는 얼굴만 동안인 남자였다. (잘생기지는 않음, 그냥 동안)


"월세 안 내요~ 내 꺼라서."

"...!"


'당황했겠지. 당황했을 거야.'


한 방 먹인 것 같아서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근데 좀 작다... 돈 좀 더 써서 크게 차리지 그랬어."

"아, 그냥 이정도 사이즈를 원했어요."


지인은 둘러보더니만, 책 장 앞에 서서 물었다.


"근데 책이 왜 단 권이야?"

"어허...! 제가 그렇게 서점 성격 설명했는데 그걸 잊어요? 섭섭하네~"


나는 그가 민망하라고 일부로 섭섭하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삼척동자에게 민망함이란 없다.


"아 맞다! 내가 요즘 워낙 일이 바빠서 정신이 없어. 내가 뭐 하는 지는 알지? 회사에서 내가 없으면 도통 일이 안되서 말이야...."


삼척동자의 척타임이 시작됐다. 독서 모임 크루들이 뉘신지 모르지만, 얼른 오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드디어, 문이 열렸다.


"어! 현님!"


30대 후반의 여성이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달님."


이 팀은 닉네임으로 부르는가 보다.


"안녕하세요!"


나도 30대 후반 여성인 달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독서 모임 인원은 지인 포함 7명이었다.

여기에 나도 공간 지킴이 겸, 구경꾼처럼 참여를 하게 되었다.


독서모임 첫 날엔 응당 독서 토론보다는 자기소개가 국룰이다. 7명 모두의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 모임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신, 장소 제공자! 아, 물론 저희 돈 내고 사용하는 것이긴 합니다. 하하하하. 쨌든 독림서점 주인장님도 소개 해주세요."


삼척동자 지인이 갑작스럽게 나를 소환했다. 카운터에서 책을 읽다가 급당황했다.


"어? 어... 저는 독립서점 <독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 더곰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심심하면 저희와 함께해요!"


삼척동자가 은근하게 합류를 권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서, 선뜻 그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자리에 앉자 마자, 삼척동자 지인이 질문을 했다.


"근데, 일 잘하다가 갑자기 왜 돈 안되는 독립서점을 하기로 한 거야? 아! 저랑 치니해요! 그래서 반말이 나왔네요~"


'안 친해! 안 친해!'


이 모임을 선뜻 수락한 과거의 나새끼에게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다른 멤버들은 좋은 사람들이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아,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해야지.'


"하고 싶어서요~ 일 하면서도 할 수 있고, 나만의 공간도 갖고 싶고, 이렇게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서 했죠~ 돈은 안 되지만 말이지요."

"그럼 첫 날은 읽고 있는 책을 돌아가면서 소개하기로 했잖아요. 한 분씩 해볼까요?"


삼척동자 지인은 머쓱한 지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나란 여자, 뒤끝 길다고!


"그럼, 돈 못 버는 독립서점 주인인 제가 먼저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번 주 저희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입니다!"


책장에 놓인 책은 바로,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였다.








작가의 이전글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길 바라는 <판사 이한영>